검토실에서는 더이상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리는 최후의 변수를 찾아 이리저리 시비를 걸었다. 백52는 주문을 담은 수. 흑53은 최선의 응수였다.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에 받으면 백2로 붙이는 수단이 기다리고 있다. 백12까지의 회돌이는 절대 선수. 흑13(1의 위)까지 굴복시키고 백14로 막는 수가 또 선수가 된다. 백이 이렇게 틀어막게 된다면 차이는 성큼 좁혀질 것이다. 백56을 보고 검토실의 여러 사람들이 할 말을 잊었다. 15급짜리 하수도 범하지 않는 이상한 수였다. 당연히 57의 자리에서 밀고들어와야 마땅한데 구리가 태연히 2집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뜻이지?” “홀리기 작전인가?” 쓴웃음을 지으며 주고받는 얘기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백56은 이유가 있긴 있었다. 참고도2의 백1이 정상적인 팻감쓰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흑이 3으로 따내면 흑은 4로 팻감을 쓰게 된다. 백은 5로 패를 해소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흑14까지의 진행이 필연이 되는데 그때를 상정한다면 백1의 돌은 2의 자리에 놓여 있는 편이 낫다. 그렇긴 하지만 이 손해수는 참으로 희한한 손해수였다. 이리저리 꿈틀거려 보고 들이받아 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자 구리는 비로소 돌을 던졌다. 무명의 고근태에게 구리가 박살이 났다. (43…49의 아래. 58,68…40. 65,70…55) 187수끝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