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내 탓이요…

천주교에서는 미사를 볼 때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반성하는 과정이 있다. 지난 10일 벌어졌던 숭례문 전소사건을 놓고 나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설익은 대응방식은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이 당선인의 주장이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한 것이다. 숭례문 근처의 대기업을 다니는 김모 차장은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기본업무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은 사라지고 국민들의 성금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공분은 엄청나다. 한 상인은 “정말 남대문(숭례문)이 그냥 그대로 서있을 때는 정말 몰랐지만 막상 타버리고 나니 이 문화재가 가졌던 의미와 무게감이 새로 생각났다”며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열흘 정도만 시간이 남은 참여정부 역시 숭례문 화재사건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장이 사임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정권 말기를 버티는 듯 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내에 팽배해 있던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을 벗어던지게 한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국보1호를 불태운 장본인으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한 공무원은 “국보1호라는 숭례문의 위상 때문에 화재 초기에 소방당국ㆍ문화당국 모두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아닐까”라며 “나중에 혹 불어닥칠 책임공방을 두려워하는 공무원 의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쉽다. 서울시장을 하면서 숭례문 개방에 앞장섰던 이 당선인이 과감하게 ‘내 탓입니다’라고 큰 그릇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기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과 배려심 부족도 숭례문 전소사태의 원인 제공자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 탓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