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업 사보타주 방관하는 한국거래소

민병권기자(금융부) ‘기업에게 직접자금조달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핵심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역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인 김봉수 이사장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유상증자가 어이없이 차질을 빚게 된 상황을 돌이켜보면 한국거래소가 이사장의 소개말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의문을 품게 된다. 하나지주의 유상증자 차질의 발단은 지난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지주 주식 총 150주를 소유한 장모씨 등 외환은행 노동조합 관계자 4명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하나지주 이사회가 결의한 3,400여만주의 신주발행을 무효화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25일 장씨 등의 소송 제기를 이유로 ‘주식 상장 유예’조치를 내렸다. 해당 주식은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 28일 상장하기로 했던 물량이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국내외 23곳의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1조3,000억원대의 주금까지 납입했는데 느닷없는 주식 상장유예 조치로 날벼락을 맞게 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하나지주의 유상증자에서 위법성을 찾을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하나지주의 이번 유상증자는 ‘자금조달’ 등을 위해 신주 발행을 허용한 정관에 따라 이뤄졌다. 상법도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주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 하나지주가 신주가격 할인률로 제시한 5.5%도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의 10% 할인률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지주가 신주에 대해 의무보호예수 등 전매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소송의 배경이지만 사모발행과 달리 공모발행은 정보를 일반인에게 모두 공개하므로 법률상 보호예수의 필요성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합법적인 자금조달 행위까지도 ‘사보타주’식 소송에 차단된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수 있을까. 한국거래소가 ‘기업 자금조달의 장’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이해관계가 첨예한 주주간 소송행위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제언이다.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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