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러시아發 가스분쟁이 준 교훈

유럽은 새해 벽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분쟁에서 비롯된 가스 공급 감소 소식에 떨어야 했다. 가스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인 겨울철에 그것도 유례없는 한파 속에 주요 난방 연료인 가스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뉴스는 대러시아 가스 수입 비중이 25%에 달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파장은 천연가스의 선물 및 현물시장에도 가해져 가격이 오르고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물량은 한때 확보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현재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의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파이프라인 이용료를 가스로 지불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에 우크라이나의 파이프라인 운영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하자 가스공급가를 인상하면서 분쟁을 촉발시켰다. 비슷한 갈등은 지난 2004년 벨로루시와도 있었다. 당시 사태로 일부 동유럽 국가가 가스 공급난을 겪었지만 독일ㆍ네덜란드는 비축 중인 가스를 방출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벨로루시는 이번에 우크라이나처럼 얼마 후 러시아의 제의에 승복, 사태는 오래지 않아 종결됐다. 이 같은 사태는 우리에게 세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은 생산국뿐 아니라 파이프라인 통과국의 사정에 의해서도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파이프라인 가스시장의 혼란이 전세계 가스시장에 쓰나미와 같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프라인 가스의 공급 삭감은 직접적 관련이 없는 LNG시장을 요동치게 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는 가스 저장의 중요성이다. 러시아의 공급 삭감에도 유럽국가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일단 풍부한 가스 저장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겨울철마다 부족한 가스를 채우기 위해 현물시장을 헤매야 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러시아발 가스 분쟁은 웅변하고 있다. 동절기 난방에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연료가 천연가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하지 못한 혹한 속에 세계 어느 곳에선가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가스 분쟁이 준 교훈을 우리나라가 천연가스의 개발과 도입, 저장 등에 있어 제도 선진화를 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보다 나은 혁신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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