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금 늘수록 불어나는 부채 '태생적 한계'… 재원 다변화해야

■ 주택기금 운용 비상

청약통장·국민주택채권이 기금의 절반 달해

임대주택 공급·도시재생 두토끼 잡는다지만

청약가입자 감소 불가피… 재원마련 대책 시급


여유자금이 19조원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손실의 규모 또한 비례해서 늘고 있는 것은 국민주택기금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주택기금의 조성규모는 52조6,803억원으로 이 가운데 청약통장과 국민주택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8%·20%다. 하지만 이들 통장과 채권 모두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차입한 부채라는 측면에서 운용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나중에 정부가 갚아야 할 빚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정부는 주택도시기금법 제정 등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과 도시재생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재원 끌어쓴 탓…가입자 지속 증가 어려워=무주택세대주 여부와 연령에 관계없이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에 모두 청약할 수 있는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 지난 2009년 5월 정부가 이 통장을 도입한 이유는 주택 경기가 고점을 찍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예·부금 가입자들의 통장 해약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6년 12월 말 기준 480만명에 달했던 가입자 수는 불과 2년 만에 368만명으로 줄었고 가입금액 역시 20조6,892억원에서 14조6,3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서민주거 복지를 위해 기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정부 입장에서 만능통장 출시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인구구조와 함께 변화하는 주택흐름에 따라 종합저축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의 주택 보급률이 103%에 달하는 상황에서 서울 강남 등 소위 노른자위 땅에 분양하는 아파트를 제외하고서는 청약통장이 없이도 언제든지 원하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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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주택 구매유인 감소도 예견된 시나리오다. 저출산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는 내년(73.0%)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줄어 오는 2050년 52.7%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도시계정 나누지만 재원은 결국 청약저축=정부는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주택도시기금법안'이 주요 골자다. 주택계정과 도시계정으로 기금의 계정과 역할을 구분해 주택계정은 현재와 같이 분양·임대주택 건설자금 지원, 공유형모기지, 디딤돌 대출 등에 활용하고 도시계정은 도시재생에 필요한 출자, 투·융자, 보증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시계정 역시 이렇다 할 재원마련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법안에는 지역발전특별회계로부터 기금을 출연하고 주택계정으로부터의 전입금 또는 차입금으로 재원을 조성하겠다고 명시돼 있지만 세수부족으로 재정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도시계정의 조성재원은 민간 차입금에 의존한 주택계정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허태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기금 수지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추가되는 조성재원 없이 기금의 운용 용도만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금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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