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비빔밥 문화와 융합 기술

얼마 전 한국이 37년 만에 두번째로 배출한 정진석 추기경의 서임식이 있었다. 이는 18세기 서양선교사의 국내 선교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100여명의 성인을 내며 그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450만 천주교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국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 비율은 54%에 이르며 이중 불교가 26%로 가장 많고 개신교ㆍ천주교ㆍ유교의 순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우리 한국의 종교는 중동에서처럼 서로 반목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해 상호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찰에서도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가 하면 교회에서는 석가탄신일을 기리는 연등 행렬이 줄을 잇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러한 종교간의 융화와 화합은 예로부터 비빔밥을 즐겨먹는 한국의 비빔밥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어느 목사 한분의 농담 섞인 얘기가 생각난다. 농담 속에 뼈가 있다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필자도 특히 해외 출장을 할 때는 비행기 기내식 중 비빔밥을 즐겨먹기도 한다. 비빔밥은 한국의 개발 성장 과정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과 소위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우리 민족의 고유 메뉴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표적인 웰빙 식품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과학기술에도 퓨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문학과 사회학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고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과학과 기술 자체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융합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학과 경제가 결합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수학과 금융이 결합돼 금융수학으로 복잡한 금융시장을 예측 분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IT)이 세상을 풍미하자 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 심지어 문화기술(CT)이 새롭게 등장하고 이들이 융합해 BIT기술ㆍBNT기술 등 복합기술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도 문화기술대학원ㆍ금융공학대학원ㆍ바이오시스템학과 등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더라도 특정 분야의 단독 수상보다는 화학상 부문에서 의학박사가 공동 수상하고, 생리의학상을 물리학자가 공동 수상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산ㆍ학ㆍ연 수요 조사와 기술 예측을 통해 융합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또한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융합기술공동연구단을 발족시켜 헬스케어시스템 등 주요 기술과 체계적 제품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융합화 추세에 맞춰 앞으로 학문의 벽을 깨는 다학제적인 교육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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