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료비 부당청구 대책의 허실

미국 산부인과 의사들의 부당진료 실태와 문제점을 고발한 번역서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있다`는 충격을 넘어 일반인들에게는 혼란감마저 준다. 저자는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라는 건강서로 명성을 날렸던 미국 로버트 S. 멘델존 박사. 의료인인 그는 이 책을 통해 의사의 개인적인 욕심과 오진으로 빚어지는 잘못된 투약과 수술ㆍ과잉진료 등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소설이나 에세이도 아닌 의료관련 책자가 독자들의 관심을 부르는 이유는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 스스로 피해의 대상이 되었거나 앞으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진료비 허위ㆍ과잉청구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남자 환자에게 임신관련 질환의 보험료를 청구하는가 하면 여성에게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 치료비를 청구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한 두건 적발된 게 아니다. 급기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진료를 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진료내역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꾸민 병ㆍ의원과 약국을 신고할 경우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진료내역 신고 포상금 지급제`운영방안까지 발표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청구된 공단 부담금 기준으로 지사당, 신고세대별, 신고 월단위로 합산해 2,000원 이상 1만원 미만인 경우 3,000원을, 1만원 이상이면 환수되는 금액의 30%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포상금제 도입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인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물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공단이 이처럼 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은 부당 청구의 규모나 건수가 의사의 자정이나 직업윤리에만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가 의료계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발본색원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요양기관(병의원) 실사권에 대한 처사가 그렇다. `건보 파파라치`에 대해서는 포상금까지 걸고 있는 마당이지만 실사권만큼은 의료계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막강한 인력까지 확보되어 있는 건강보험공단 조직을 제쳐두고 행정력이 제로 베이스인 복지부가 떠맡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시늉과 복지부동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도 말이다. <박상영 사회부 차장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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