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길 잃은 경기 어디로] <2> 호주머니 사정 나아지나

하반기도 경기회복 피부로 못느껴<br>GDP-GDI성장률 격차 줄어 체감경기 개선불구<br>주택대출 금리 올라 소비 회복될지도 미지수<br>IT의존형 구조로 소득없는 성장 고착화도 원인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올 1ㆍ4분기에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관심사는 체감경기 개선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총소득(GNI)이 점차 개선되고 민간소비ㆍ설비투자 등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올 하반기에는 체감경기도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일자리 부족이나 물가상승 압력 등으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보기술(IT) 비중 증가, ‘수출 증가→내수 창출’의 선순환 구조 붕괴, 경기 사이클 단축 등으로 우리 경제 자체가 ‘소득 없는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반기 호주머니 사정 나아질 듯=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의 성장률 격차는 지난해 1ㆍ4분기 4.8%포인트에서 2ㆍ4분기 3.1%포인트, 3ㆍ4분기 1.8%포인트, 4ㆍ4분기 2.1%포인트, 올해 1ㆍ4분기 1.4%포인트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는 연간 기준으로 GDP와 GDI 격차가 3%포인트 가까이 됐지만 올해는 1%포인트 미만일 것”이라며 “교역조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올해 하반기 체감경기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ㆍ4분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각각 1.3%, 4.0% 늘어나는 등 내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큰 폭의 개선은 어려워=하지만 눈에 띌 정도의 체감경기 개선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실질무역손실은 18조8,267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고 2005년 1ㆍ4분기 이후 2년 연속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단가는 상승한 반면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 단가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분기 10조원 이상의 실질소득이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뜻으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 부연구위원은 “GNI 성장률이 상승해도 여전히 GDP 성장률을 밑도는데다 기업ㆍ정부에 비해 가계가 가져가는 몫은 적을 것”이라며 “올해 임금 상승률이 낮고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소비가 크게 회복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정부 목표치(30만개)에 미달하는 27만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부담 증가 등도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체감경기 부진은 구조적 문제=올 하반기에 경기가 수치상으로 회복된다 해도 체감경기가 그만큼 개선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소득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IT 의존형 성장 구조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IT산업의 경우 경제 전반에 활용도에 낮고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원으로서 기능이 떨어지는데다 수출 단가도 하락하면서 실질무역손실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IT 산업은 제품 주기가 짧다는 특성상 경제순환 주기와 폭을 좁히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상승이 시작돼도 오래가지 않다 보니 수출이 증가하면 내수가 따라 늘어다는 선순환 구조가 단절된 상황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고점일 때의 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어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급격한 체감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꿈틀' 체감경기 회복 걸림돌
지난달 공공요금 올려 생활물가지수 2.9% 상승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다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또 수입물가마저 오름세여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이는데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 상승폭은 3%에 육박해 올 하반기 체감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 올랐다. 지난 1월 1.7%에서 2월과 3월 각각 2.2%로 상승하는 등 올 들어 물가 오름폭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지난해 9월(3.5%) 이후 최고치다. 시내버스 요금은 14.2%, 지하철 요금은 13.5%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교통요금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물가가 3.2% 상승했다. 비록 물가가 3% 미만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선행지표 성격인 생산재(원재료+중간재)물가ㆍ수입물가도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불안 요인이다. 이들 물가는 3월 전달보다 각각 2.1%, 3.5% 오르면서 각각 4년,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들 물가는 통상 1~2분기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총수요 측면이 아니라 원자재가격 상승 등 비용 측면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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