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규어 XFR 시승기] 심장이 쿵쾅쿵쾅… 아름다운 '괴물'



500마력이 넘어가는 차량의 핸들을 잡아보면 어떤 느낌일까?

슈퍼카로 분류되는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처럼 2인승이 아닌 4인승 세단형에 500마력이 넘는 차로는 최근 국내에 출시된 캐딜락 CTS-V(6.2리터 V8 수퍼차저엔진에서 556마력, 최대토크 76.2㎏·m)와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4.8리터 8기통 트윈터보엔진에 500마력, 최대토크 71.4㎏·m, AWD), 메르세데스벤츠 뉴E 63AMG(6.3리터 V형 8기통엔진에서 525마력, 최대토크 64.2㎏·m)가 있다.


또한 기억속으로 사라진 BMW M5(5.0리터 V형 10기통엔진에서 507마력, 최대토크 53.1㎏·m)와 최근 스파이샷(비공개 신차를 몰래 찍은 사진)으로 공개된 BMW 신형 M5(4.4리터 V8 트윈터보엔진이 장착, 출력이 600마력에 이를 것 예상)가 있다. BMW 신형 M5는 2011년 하반기 출시를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재규어 2010년 형 XFR 또한 세단형 500마력 클럽에 포함되는 모델이다. XFR은 럭셔리 세단을 가장한 5인승 수퍼카다.

겉모습만 보면 미끈하게 잘빠진 럭셔리 세단에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가죽과 부드러운 스웨이드, 카본으로 둘러 쌓여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달린다. 야간엔 코발트블루 색상과 문을 비롯한 곳곳의 은은한 간접조명이 또 다른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차의 보닛 속에는 맹수(재규어)의 엄청한 심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5.0리터 6세대 트윈 보어텍스 시스템(TVS) 슈퍼차저 V8 가솔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상상이 안 되는 510마력의 힘과 최대토크 63.8㎏·m(2,500∼5,500rpm)을 발휘하는 괴물이다.

제원상으론 0→100㎞/h 가속시간은 4.9초이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4초 내외. 타임을 측정하려고 해봐도 너무 순식간이라 혼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예전에 과장된 말에 "티코는 기름 냄새만 맞아도 움직인다"는 말처럼, 재규어 XFR은 가속페달에 발만 갖다 놔도 튀어 나간다.

가속페달의 느낌은 묵직하진 않으면서도 살짝 예민한 부드러움이 있다. 고출력의 차량임에도 살살 다루면 순한 양으로 변해 럭셔리 세단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어박스 왼쪽에 자리한 스타트 버튼을 '꾹' 눌러주면 숨어있던 다이얼식 기어레버가 슬며시 솟아오르며 엎드려있던 맹수가 위협을 가하듯 "그르렁" 대며 주위시선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한적한 새벽시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XFR을 올렸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면 정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 같은 스타트 느낌이 몸으로 전해온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 이상 속도계바늘이 무한 질주하듯이 치솟아 올라간다.


시속 200㎞의 벽을 너무나도 쉽게 통과한다. 계기판 상 최고속도는 260㎞/h. 숨고를 틈도 없이 속도계 바늘이 260㎞/h를 통과해 미터 끝을 퉁퉁 치고 있다. 남아도는 힘에 더 이상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 치는듯하다. 이때의 rpm게이지는 5,800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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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지 20초도 채 안 지나 시속 250㎞를 유유히 통과해 버린다.

저 멀리 빨간 점으로 보였던 차가 순식간에 사이드 미러 속 흰점으로 사라진다. 도로상의 모든 차들이 군데군데 서있고 나만 달려가는 착각에 빠진다.

속도계 상의 최고속도를 350km까지 올려놔도 괜찮을 법한데 아쉬운 부분이다. 시속 300㎞는 충분히 넘어설 기세였다.

이때 내 입안에서 맴도는 말은 "이런 괴물. 괴물이다. 괴물∼"이었다. 510마력이란 힘이 이런 거구나 싶다.

차에서 내려 XFR을 둘러보면 괴물이란 단어가 사라진다. 미끈하게 달련 된 '근육맨'이다.

이전에 시승한 XF 3.0D와 같은 외부 디자인이지만 군데군데 숨어있는 'R'자를 비롯해 앞 범퍼 아래 크롬링을 두른 공기흡입구와 보닛 위에 두 개의 열 배출구, 4개의 배기파이프가 고성능임을 암시한다.

재규어 XFR의 튜닝 된 배기음이 주목할 만하다. 재규어코리아 측은 가속시에만 차 내부로 흘러 들어가게끔 되어있는 중후한 '테너C'의 키로 튜닝된 음향 필터를 통해 생생한 출력이 그대로 실내로 전해져 드라이브의 쾌감을 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2008년 11월 미국 보네빌 소금평원에서 실시된 속도 테스트에서 최고속도 363.188km/h를 기록하며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른 차량으로 등록된 XFR 프로토타입의 양산형 모델이다. 현재 판매되는 수퍼카중에서도 이 같은 최고기록을 낸 모델은 거의 없다.

달리기 성능은 말 그대로 재규어지만 한번씩 연료게이지를 보면 기름 먹는 하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7.1㎞.

XFR에는 직경 380㎜ 프런트 디스크가 채택된 고성능 R 브레이크 시스템을 비롯해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 비율을 전자동으로 제어해 접지력과 가속력을 향상시켜주는 액티브 디퍼렌셜 컨트롤(Active Differential Control)과 초당 100회 차체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는 댐핑강도를 노면과 주행상황에 맞게 조절해 편안한 승차감과 날카로운 핸들링을 연출한다.

고속 코너링에도 탑승자를 안정감 있게 지탱해주는 볼스터(bolster) 스포츠 시트는 18개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B&W(Bowers & Wilkins) 440W Dolby® ProLogic® II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과 주차보조선 기능이 추가된 후반주차카메라 등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

2011년형 XFR은 운전자의 심박수를 높이고 손과 발을 자극한 짜릿함과 눈을 즐겁게 하고 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그런 차다. 재규어가 말하는 '아름다운 고성능 자동차(Beautiful & Fast)'가 바로 XFR이다. 차량 가격은 1억 4,490만원(부가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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