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한국인 체중 양극화

서구형 고도비만자 12년 동안 2배 늘어<br>20~30대 여성들은 살빼기로 저체중 심화



한국인의 식생활 습관이 서구형으로 바뀌면서 외국에서나 볼법한 고도비만자가 지난 12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젊은 여성들의 경우 저체중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적정 체중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보건복지부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에 의뢰해 1998~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 중 고도비만인구 비율이 1998년 2.4%에서 2010년 4.2%로 2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도비만인구의 기준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0㎏/㎡를 넘는 사람이다.


고도비만인구는 남녀 모두에서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1998년 1.7%에서 2010년 3.7%로, 같은 기간 여성은 3.0%에서 4.6%로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 젊은층이 두드러졌다. 2010년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인 인구는 ▦20대 1.63% ▦30대에서 1.01%로 나타나 ▦40대 0.29% ▦50대 0.29%에 비해 크게 높았다.

고도비만인구의 증가는 소아ㆍ청소년 비만과 관계가 깊다. 1980년대 이후 고열량 패스트푸드나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하며 소아ㆍ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10.9%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 교수는 "다 자란 어른이 아무리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을 게을리한다고 해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어릴 때부터 식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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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30대 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오히려 저체중군(체질량지수 18.5㎏/㎡ 이하)이 크게 증가했다. 몸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다이어트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여성의 저체중군 비율은 1998년도 12.4%에서 2010년도 17.8%로 5.4%포인트 늘었고 30대 여성도 1998년 4.1%에서 2010년 8.3%로 4.2%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저체중 역시 골다골증ㆍ영양불균형 등으로 비만군 못지않게 사망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체형적 변화가 소득 및 생활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2010년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18.5㎏/㎡ 이하인 여성의 평균 가구 월소득은 522만원, 35㎏/㎡ 이상인 여성의 소득은 249만원으로 나타났다. 마른 여성의 소득 수준이 살찐 여성의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오 교수는 "20~30대 여성 고도비만자의 경우 취직이나 결혼이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어 소득 수준이 날씬한 여성에 비해 낮다"며 "어릴 적 돌봄이 부족해 패스트푸드 등을 먹고 자란 아동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빈곤을 극복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도비만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60~7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남녀 모두에서 저체중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70대 남성의 저체중군은 1998년 19.8% 에서 2010년 6.5%로 줄었는데 이는 전반적인 영양상태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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