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경제 활로는 있다/박정욱 교보생명 경영연구소장(특별기고)

◎규제완화·금리안정 등 시장효율성 높여야○무너지는 「한강 기적」 요즘 어느 곳에 가든지 경제가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어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쩌면 심각한 상태를 이미 넘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한보그룹이 부도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삼미그룹이 부도가 나고 환율과 금리는 급등하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일련의 부도사태로 금융기관의 대외신용도는 추락한 상태이며 국제금리는 0.02%에서 0.05%포인트 인상되었고 정부는 외화보유고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멕시코와 같은 금융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94년 12월, 멕시코의 페소화가 10일만에 40%까지 폭락하면서 주가의 붕락사태 등으로 이어져 국내에 유입되었던 외화가 일시에 유출되어 금융불능사태에 도달하였다. 당시 멕시코는 무리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위해 지나친 개방과 규제완화 등으로 각종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으며 환율의 폭락에 대한 안정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개방 체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가격의 급등락이다. 이것이 투기자금과 영합하여 매매차익을 챙기고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국부의 유출은 물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강경식 경제팀은 이런 총체적인 난국의 시점에서 출범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해 우선 2조원의 재정 긴축을 통하여 국제수지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5%의 경제성장이나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연기해서라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조여매고 좀더 고통을 분담하는 일을 계속하자고 호소도 했다. 불황속에서 긴축이라고 하는 어렵고도 힘든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럴 때 섣불리 통화를 증발시켜 투자를 유인한다면 물가불안만 가중시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경유착 등 속병 심각 그래서 경기 부양책은 쓸수 없고 환율이나 수출단가가 우리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외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긴축을 통한 산업구조 조정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부실기업들은 과거와 같이 협조융자나 추가적인 자금지원없이 민간 자율적인 인수합병에 의해서 이뤄질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선 충격적인 대응이 아니고 차분하게 안정을 다져간다는데 마음 든든하지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식시장이 신축적으로 움직일수 있도록 해야하고 이는 결국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어야 가능하다. 이밖에 담보력이 빈약한 중소기업들은 금융혜택을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에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제3부 시장을 마련토록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 주식시장의 활성화와 연결된 문제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아픔없이 성장발전 할 수는 없다. 만일 있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행운에 불과하며 이를 내것으로 만들려면 결국 피와 땀과 눈물이 요구된다. ○경제력집중 해소를 지난 95년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GNP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다른나라에서는 1백년이 걸려야 실현시킬 수 있는 경제적인 부를 불과 25년만에 완성시켰으니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을만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형위주, 해외의존적인 거품이 많이 생겼고 정책금융의 비중이 크다보니 정경유착, 2중금리, 경제력의 집중 등 많은 부작용을 안게 되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이 자율화 및 개방화의 물결로 일시에 노출 되면서 사회는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GNP 1만달러 시대의 선진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혁명을 통하여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시키고 소유분산을 통하여 대기업을 국민의 기업으로 승화시키며 금융기관의 자유경쟁을 통한 최적 자금배분역할이라는 과정을 거쳐 효율적인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같은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제도개선과 이의 정착을 위한 시간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많은 기간을 참고 기다리면서 인내하는 것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참고 기다리려면 무엇보다도 가격변수의 안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외환차익을 챙기려 한다면 결국 국민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금리, 주가, 환율등 가격변수의 안정은 국민들의 갈등을 완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주식시장 활성화 시급 그렇지만 금리, 주가, 환율을 안정시키는 일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주식이나 채권의 수급관계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측하여 이를 조정하여 나갈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투자자들도 가격 지지선을 지킬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를 유지시켜 나가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오늘날 국제 금융시장은 하루에 1조달러 이상의 단기자금이 각국을 드나들면서 투기적인 매매차익을 챙기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라도 취약점이 발견되면 이를 집중공격, 매매차익을 만들어내 이를 챙기고 달아난다. 이런 상황에서 국부의 유출을 방지하고 금융위기에서 국민경제를 지켜 나가는 방안가운데 하나는 경제상태를 안정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GNP 1만달러 시대를 지나 선진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내자신의 투기적인 욕심보다는 국민경제의 장래를 염려하고 이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결집되어야 한다. 또한 머지않아 우리경제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며 이 난국은 반드시 타개될 것이라는 확신을 우리 국민 모두가 갖는 것도 어떠한 경제조치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대하여 지나치게 비관적인 사고를 버리고 불경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자기의 주어진 위치를 지켜 나갈 때 우리경제는 회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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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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