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반만 당당했던 전경련

허창수 전경련 회장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요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반값 등록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발언이 화제다. 여야 할 것 없이 그가 정치권을 비아냥거렸다고 못마땅해한다. 심지어 대기업 총수 2세 출신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조차 "요즘 전경련은 예전처럼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반면 재계에서는 "당당했다. 할말 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치권의 재계 비판에 몸을 낮췄던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재계 인사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통신비나 기름값을 낮췄는데도 필요할 때는 '동네북'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항변한다. 예상대로 지난달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연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는 재계 총수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여야 모두 대기업 총수가 나오기를 촉구했지만 국회의원이 기업 총수를 불러 세워놓고 윽박지르는 볼썽사나운 꼴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총수들은 국회의 출석요구를 거부했다. 재계 총수들을 앉혀두고 대답할 기회는 주지 않고 훈계하듯 질문을 퍼부었던 과거 사례를 보면 기업 총수의 불출석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국회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누구보다 국민의 눈을 의식한다. 더욱이 인터넷으로 의정활동이 생생하게 공개되는 세상에 어떤 의원이 감히 기업 총수라고 해서 근거 없이 몰아붙이겠나. 실제 이날 의원들은 총수 대신 나온 대기업 실무진을 존중하며 나름대로 차분하게 질의했다. 다만 기업 실무진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대기업 실무진의 권한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총수들이 직접 출석해 재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정치권이 기업 회장이라고 무조건 압박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이라며 "출석하지 않은 허 회장은 당당하지 못했다"는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 과하다고 느끼지 않은것은 기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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