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액한도대출 악용 은행 엄벌해야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고유의 발권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에 우회 지원하는 총액한도대출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재형 새누리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5개 총액한도대출 가운데 무역금융 자금은 시중은행 창구에서 평균 5.13%의 금리에 대출됐다. 연리 1%에 자금을 조달한 시중은행이 중간에서 4%의 이자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 금리인 4.9%보다도 0.23%포인트 더 높다. 한은의 발권력이 엉뚱하게도 은행의 배만 불린 격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은행이 과다하게 가산금리를 붙인 도덕적 해이 탓이 크지만 감독권자인 한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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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국회의 지적에 오류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모양이다. 해당 기업 신용도 같은 리스크 요인을 무시하고 금리격차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한은의 해명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은을 통한 우회대출 금리가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 금리에 비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 금리차를 단순 비교하기가 어렵다 치자. 그렇다면 대기업까지 한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더구나 해마다 그런 부적격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의 관리감독에 뭔가 심각한 결함이 있지 않고서야 규정위반 대출 증가를 설명할 길이 없다.

총액한도대출은 1994년 도입 이후 신용경색 해소와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공헌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제도의 틀을 유지하다 보니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과 중첩되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능이 중복되면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도입 첫해부터 20년째 운용한 무역금융과 지방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한은이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은이 국책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면 중앙은행의 존재가치는 약해진다. 중앙은행다운 큰 틀의 신용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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