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저소득층·중기 근로자에 보조금… 한국판 '리스터·네스트연금' 도입

이르면 9월 청사진 발표

사적연금 가입 적극 유도… 연금소득 稅감면도 추진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도 중장기적으로 추진

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한국판 리스터 연금과 네스트 연금(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NEST)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산층ㆍ서민의 사적연금 소득에 대한 세금부담 경감 방안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사실상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정부 부처 간에 논의되고 있다.

1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9~10월께 이 같은 방향으로 사적연금 제도개편을 담은 종합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당국자는 "기획재정부 주도로 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가 노후 가계소득 보장을 위해 사적연금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정기국회 즈음에 발표할 것"이라며 "독일 리스터 연금, 영국 네스트 연금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터 연금이란 일정수준 이하의 저소득층이 사적연금에 가입할 때 불입금 일부를 정책적으로 정부가 보조해주는 제도로 독일이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네스트 연금은 소규모 기업의 직원에게 연금 납입금의 20%를 정률로 정부가 지원하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일종의 퇴직연금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그동안 주로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연금가입을 유도해왔는데 소득이 낮아 애초부터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저소득층에게는 세제혜택이 연금가입 유인책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런 취약계층에게 연금 납입금을 직접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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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리스터 연금, 네스트 연금의 구체적인 수혜 대상, 재원규모, 시행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예산형편이 빠듯한 만큼 초기에는 일부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1~2년 내 시범사업을 개시한 뒤 성과에 따라 점차 대상과 지원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력으로 연금 납입금을 부담할 수 있는 서민·중산층에게는 보조금 대신 기존의 세제혜택을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ㆍ퇴직연금 납입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현행 연간 400만원인 공제한도를 600만~800만원으로 인상하거나 아예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를 분리해 따로 마련하는 방안 등이 부처 간에 협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은 연간 300만원, 개인연금은 200만원으로 연간 한도를 별도로 신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거나 연금급여로 일정 기간 나눠 받는 것을 선택하는 이원체제인데 이를 점진적으로 일원화해 사실상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뜻이다. 영국은 네스트 연금 도입 이후 근로자에게 납입금 보조금 혜택을 주면서 퇴직연금 의무가입을 제도화했다.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의무화 이슈를 꺼내 든 것은 중소기업 근로자일 수록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노후생활이 어려운 탓이다.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규모인 대기업의 경우 10곳당 약 8~9곳은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30인 미만 영세기업들은 10곳당 1~4곳 정도만이 퇴직연금의 적용을 받고 있다.

퇴직연금가입 의무화와 함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유관 부처들이 협의 중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근로자와 사업주가 소속 회사에서 퇴직금 재원을 떼어 기금형태로 신탁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퇴직연금가입 의무화와 기금형퇴직연금 제도 도입은 아직 관계 부처 간 사전준비가 미비하고, 노동계와 금융계, 재계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추진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가입 의무화 등에 대한 큰 방향성만 발표한 뒤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관계 부처 사이에 의견이 모아 지고 있으나 근로자 재산권 및 기업 영업자유 침해 문제, 금융환경의 미비 문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이견이 있다"며 "따라서 실행은 하되 시기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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