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피해로 하반기 경제운용에 초비상이 걸렸다. 생산과 수출 감소는 물론 물가 상승과 재정건전성 붕괴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3ㆍ4분기에도 성장률이 2%대에 그치는 등 올해 성장률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사상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정경제부ㆍ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태풍 `매미` 피해를 최대한 신속히 복구하기 위해 올해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 1조4,000억원을 긴급 투입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2차 추경예산 편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집계하기 까지는 15일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재해 복구비를 예비비 안에서 충당할 수 생각이지만 이를 넘을 경우 적자재정편성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우리경제는 2002년 균형을 이뤘던 재정이 다시 적자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 대외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수출을 비롯한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해 국내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2ㆍ4분기중 1.8%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ㆍ4분기 전망치 2.7%를 밑돌 경우 올해 전체 성장률도 2%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매미`로 농수산물의 작황이 엉망인데다 부산항의 기능마비 등으로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4ㆍ4분기부터는 국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해 온 재경부는 태풍 피해라는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태풍 피해가 부산과 울산, 여천 등 주요기간산업 밀집지역에 집중돼 적지 않은 생산차질은 물론 부산항의 항구 기능 손상으로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대체항만 물색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크레인 손상으로 컨테이너 처리능력이 20% 줄어 수출화물 선적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잦은 비로 인해 5년만의 흉작이 예상되던 농수산물의 경우 태풍 피해까지 겹쳐 전반적인 출하감소, 가격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농수산물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이지만 농수산품 가격의 구조적 상승은 일부 공산품과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물가불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는 갈수록 둔화되고 물가는 크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권홍우기자,조의준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