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눈 뜨고 코 베이는 중국 프랜차이즈 시장] 매장 인테리어까지 베끼고 상표도 먼저 출원… 브랜드 통째 강탈

멕시칸·나뚜루팝·치킨마루 등 상표 침해 사례 125건 달해

중국 진출 추진 기업들 상표권 등록 완료가 급선무

KOTRA 中 IP 데스크에 협조요청이 가장 빠른 해결


중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나나맛 우유'를 생산·판매하는 빙그레는 지난 9월부터 수출용 상품의 패키지를 기존 멸균팩 형태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단지 모양으로 변경했다. 그동안 냉장 유통 및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수출에 용이한 멸균팩 형태로 현지에 판매해왔으나 쏟아지는 현지 짝퉁 제품으로 인해 제품 본연의 가치까지 위협 당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8월 상하이 현지법인을 세우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국내 설비공정에 무균화 시스템(ESL)까지 도입했다"며 "현지의 짝퉁 범람이 참을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바나나맛 우유처럼 상호나 디자인 등 중국 시장 내 무차별 도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너꾸리·찐라면·바나나맛 우유·초코파이 등 유사 상표를 붙이거나 국내 상품명을 그대로 쓴 짝퉁 제품으로 인해 이미지 훼손 등의 타격을 입은 국내 업체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게다가 짝퉁 제품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내 무차별 베끼기 행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까지 짝퉁의 먹잇감이 되는 등 중국 현지의 베끼기 수준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식품이나 음료 등의 상품명, 패키지 디자인을 베끼는 게 1세대 도용이었다면 현재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상호를 모방한 가게를 내는 현지 업체가 있따르고 아예 브랜드와 매장 인테리어까지 고스란히 무단 사용하는 등 베끼기 수법이 한 단계 진화하는 형국이다.

관련기사



실제로 KOTRA 상하이 해외지식재산센터(IP데스크)가 상표 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중국 상하이 등지에서만 125건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에는 멕시칸·나뚜루팝·치킨마루·충무김밥 등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가 여럿 포함됐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도용이라는 단순 절도를 넘어 '원조'보다 앞서 중국 시장에서 상표를 출원, 아예 브랜드 자체를 강탈하려는 행태마저 등장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현재 국내에서 87곳의 매장을 운영 중인 '땡큐맘 치킨'이다. 땡큐맘 치킨은 중국 기업이 4월 상표를 출원하면서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상표 자체를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땡큐맘치킨 관계자는 "상표출원으로 자사 상호를 훔치려는 곳은 한때 중국 사업 파트너를 제안했던 곳"이라며 "하지만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무단으로 올해만 두 개 점포를 오픈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 상표를 출원한 단계로 등록은 완료하지 못해 KOTRA 상하이 IP데스트의 도움을 받아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상표를 등록하기까지 '상표출원→방식심사→실체심사→예비심정·출원등록' 등의 과정을 거친다. 소요 기간은 6개월~1년 정도로 원조 브랜드 상호를 현지 업체가 먼저 등록하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은 자사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서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다만 상표등록 뒤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관련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원조 업체의 이의를 받아들이면 짝퉁 현지 기업은 물론 브랜드 본소유권자인 국내 본사도 중국 대륙시장에서 상호를 쓰지 못한다. 다시 말해 상표권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현지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사용을 포기해야 하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KOTRA 관계자는 "국내 족발 전문 브랜드 '장충동왕족발'의 경우 중국 시장진출을 꾀하기 위해 현지 식품박람회를 찾았다 상호를 도용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를 보고 똑같이 따라 하는 사례가 많아 중국 시장진출을 시도하는 곳은 우선 상표권 등록을 완료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어 "현지 시장조사나 기타 다른 경로를 통해 현지 기업의 상표출원을 발견할 경우 가장 빠른 해결책은 KOTRA 중국 IP데스크에 대한 협조 요청"이라며 "KOTRA에서 제공하는 법률 자문 등으로 이의신청을 제기해야만 최소한 지금까지 정성껏 키워온 브랜드를 남에게 빼앗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