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만 앞서는 外投 유치

온 나라의 이목이 오는 12월 치뤄지는 대통령선거에 집중돼 있다. 외국인투자 유치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자연스레 외자유치와 관련된 후보들의 공약에 눈이 가게 된다. 다행히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후보가 한 목소리로 외자유치를 중요한 경제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외자유치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발견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피상적인 구호만 요란하다는 느낌이다. 97년 금융위기후 외국인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의 기업경영환경과 생활환경 등에 대해 많은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들의 지적 중에는 경청할만한 내용도 많지만, 아쉽게도 이를 수용해 구체적인 대안으로 삼겠다고 약속하는 대통령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통해 외자유치 확대를 위해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말경 액체금속(liquid metal)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한 미국업체의 한국생산공장 준공식이 경기도 평택에서 있었다. 당초 이 회사는 중국과 한국을 놓고 망설이다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사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조세감면, 산업단지 입주지원, 인허가일괄처리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참고로 액체금속은 지난 92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이 개발한 액체와 비슷한 원자구조를 지닌 합금이다. 강철보다 3배, 마그네슘보다 10배나 강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일반적인 합금보다 휠씬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액체금속의 다양한 활용가능성 때문에 19세기의 철, 20세기의 플라스틱에 이어 21세기에 새로운 소재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이 업체는 공장부지 선정에 애를 먹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수도권공장총량제였다. 이 제도는 94년부터 시행된 토지관련 규제로 수도권 인구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경우 정부가 매년 신축할 수 있는 공장면적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하고자 할 때 입지로서 선호하는 지역은 역시 수도권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사업이지 결코 수도권집중 완화에 있지 않다. 총량제와 같은 우리의 필요성과 잣대를 외국인투자가에게 강요한다고 해서 그들이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한국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동남아를 선택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둘째로 생산직 인력확보난이다. 어렵게 공장을 신축해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 출퇴근이 곤란한 지역인 경우에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우리 근로자조차 거주하기를 기피하는 지역에 과연 외국인투자가를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허허벌판에 공단만 덩그러니 있어서야 어떻게 외국인 경영자, 기술진,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많은 외국인투자가들이 자녀교육, 주거, 의료서비스 등의 불편 때문에 가족은 서울에 두고 혼자 지방에서 근무하거나, 출퇴근하는 실정이다. 지방의 생활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외자유치도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셋째로 외자유치정책이 양에서 질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액체금속이 철이나 플라스틱처럼 소재혁명의 주역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상업적 및 군사적 잠재력을 감안할 때 투자유치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하지만, 이 업체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지난 월드컵 당시 외자유치를 위해 벌였던 해외 최고경영자 초청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현재와 같이 매년 정해진 외자유치 목표달성에 주력하는 고지점령방식에서 탈피하여, 액체금속의 경우처럼 투자규모는 작을지언정 기술파급효과가 크고, 잠재력이 높은 산업을 유치하는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외자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만 보더라도 중국은 아시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동남아 각국도 여러 가지 지원정책과 낮은 인건비 등을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호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시행방안을 가지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김완순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사무소장이 정해왕 금융연구원장에 이어 송현컬럼을 집필합니다. 김 소장은 국제기구와 대학 강단, 무역위원장 등 다양한 경瘟?학식을 겸비한 원로 경제학자입니다. (김 소장약력) ▲35년 서울생 ▲54년 서울대 법학과 입학 ▲59년 미국 로이터대 경제학과 졸업 ▲69년 미국 하바드대 경제학 박사 ▲73~2000년 고려대 경영대 교수 ▲92~94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89년~98년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 김완순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사무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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