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당청을 이끄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부친의 대를 이어 2대째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국내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 됐다. 김 대표의 선친은 전남방직(현 전방)을 설립해 기업인의 색채가 강하지만 제5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한 김용주 전 의원이다. 유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13대(민정당), 14대(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이다. 이들은 모두 2세 정치인의 꼬리표를 떼고 자신만의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2세 정치인 중 일부는 '후광'만으로 정계에 입문한 채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9대 국회 5%가 2·3세 정치인=정치 대물림은 국내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19대 국회의원 중 부모의 뒤를 이어 '금배지'를 단 의원은 여야 통틀어 14명에 이른다. 새누리당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외에 김세연·김을동·김태환·유일호·이상일·이재영·정문헌·정우택·홍문종 의원까지 11명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3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김세연 의원은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이고 김을동 최고위원은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김두한 전 의원을 이어 18대 총선에서 국내 최초의 부녀 국회의원이 됐다. 김태환 의원은 오상교육재단 설립자인 매암 김동석 전 의원의 아들이고 이상일 의원은 선친이 신한민주당 및 통일민주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진연 전 의원이다.
새누리당의 '젊은 피' 이재영 의원은 어머니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도영심 유엔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이사장이다. 정문헌 의원은 정재철 새누리당 상임 고문의 아들이고 정우택 의원의 선친은 5선 의원을 지낸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이다. 홍문종 의원의 부친인 홍우준 경민대학 이사장은 11~12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새정치연합의 노웅래 의원은 마포구에서 5선 국회의원과 구청장을 두 번 지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이 선친이다.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둔 김성곤 의원은 8·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상영 전 의원의 아들이다. 정호준 의원은 할아버지(정일형), 아버지(정호준)의 뒤를 이은 3세 정치인이다.
전직 의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정몽준 전 의원은 아버지(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보다 먼저 정계에 입문했고 경기도지사로 재직 중인 남경필 전 의원은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이다. 조순형 전 의원의 부친은 재선 의원이자 지난 1960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유석 조병옥 박사다.
◇부는 물론 권력까지 세습=대를 이은 정치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정치활동을 지켜보며 일찌감치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경우가 많다. 남경필 지사는 1996년 만 31세의 이른 나이로 정계에 입문해 벌써 5선(15~19대) 의원을 했다. 김세연 의원도 18대 때 당내 최연소(36세)로 금배지를 달았다.
정치인 2세는 부는 물론 권력까지 세습한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홍문종 의원은 만 41세의 나이로 부친의 지역구인 의정부에서 당선돼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했다. 남경필 지사는 부친이 재임 기간 중 사망하자 그해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지역구를 이어받았고 노웅래 의원이나 정호준 의원도 부친의 지역구인 마포구와 중구에서 각각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역색이 강한 영호남의 정치인 중에는 지역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김세연 의원은 부친의 부산 금정을 지역구를 이어받았고 김성곤 의원은 여수에서 대를 이어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빠르게 발전한 이유는 '우리가 열심히 하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정치인이 이렇다고 하면 한국사회가 훨씬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일본 같은 경우 세습 정치인이 많고 이것이 경제에 비해 정치가 낙후된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나 홍일·홍업씨가 각종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것도 같은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정치세습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도 대를 이은 정치가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의 케네디가(家)·부시가를 비롯해 일본의 아베 총리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정치인 후손들이다. 따라서 누가 됐든지 결국은 해당 인물의 정치적 역량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치평론가 김선씨는 "후광을 입고 쉬운 길로 가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된다면 사회가 후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2·3세 정치인이 역량이나 어젠다로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