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심층진단] 정기상여 포함 땐 임금 16% 급상승… "경영계획 새로 짤 판"

■ 통상임금 18일 판결… 산업계 폭풍전야<br>제조업 인건비 부담 급증… 대기업 보다 중기 치명타<br>지출규모 등 긴급 재점검 "수당처리 등 단순화해야"


18일 최대 38조5,500억원(한국경영자총협회 추산)의 임금이 걸린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를 포함하면 임금이 평균 16%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여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 사업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GM 등 완성차 업계와 차 부품 업계, 이 밖에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판결 이후 대응책과 지출비용 규모 등을 긴급 재점검하고 나섰다. 일부 업체들은 18일 판결 직후 발표할 입장문까지 사전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의 한 관계자는 "임금이 1%만 올라도 기업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데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를 포함하면 단순히 기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업 생존에 까지 연결된다"며 "결국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수밖에 없고 투자를 축소하는 등 더욱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통상임금이 뭐길래=대법 전원합의체가 18일 판결할 통상임금 관련 사건은 갑을오토텍 직원들이 "정기 상여금은 늘 받는 고정급이기에 통상임금에 해당하니 그간 통상임금을 기준 삼아 받았던 야근 및 휴일근무수당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낸 소송이다. 대법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합의체의 이번 판결은 160건에 달하는 다른 통상임금 관련 송사에 판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갑을오토텍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한국의 대대수 사업장은 초과근로나 연장근로·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시급으로 따져 지급했다. 유급휴가나 연월차수당 등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루치 임금을 계산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에 의문이 생겼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는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에 한정하고 격월, 분기 또는 반기에 한번 나오는 정기 상여와 각종 복리후생비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첫 소송은 대구의 버스회사인 '금아리무진' 직원들이 냈다. 대법원은 이 건에 대해 지난 2012년 3월 정기 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를 기폭제로 줄소송이 이어져 현재 160건의 송사가 벌어지고 있다.◇통상임금 범위 확대 때는 '임금 쓰나미'=통상임금의 범위가 정기 상여, 가족수당, 귀향비·휴가비·선물비 등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은 일시에 막대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사측은 노측이 소송을 제기한 날로부터 3년을 소급해 야근·휴일근로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경우 첫해에 13조2,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한국GM은 8,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지난해 회계에 이를 선반영, 3,000억원이 넘는 장부상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경총은 통상임금 확대 적용 첫해에 전체 기업이 38조5,509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이후 매년 8조8,663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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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은 첫해의 기업비용 총액을 21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가 포함될 경우 제조업 1인당 인건비가 5.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금이 높아짐에 따라 일자리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38조원의 추가 인건비는 37만~42만명가량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는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부담과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임금체계 단순화해야=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법리다툼의 핵심은 '1임금 지급기(보통 1개월)'를 벗어나 두 달 또는 그 이상 기간에 한번씩 나오는 정기 상여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다. 일본이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 지급 주기가 1개월을 넘는 급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과 달리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법령에 열거하고 있어 분쟁의 소지가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2년 금아리무진(대법), 2013년 GM대우(서울고법), 2013년 타타대우(서울중앙지법) 건에서 법원이 정기 상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최근의 판결 추이를 단번에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한 이유다.

19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관철된 것도 통상임금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전까지 임금의 개념은 노동의 대가인 '교환적 임금'과 신분 보장과 복지의 의미를 담은 '보장적 임금'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법 전원합의체는 임금이란 전체가 노동의 대가라고 판단했고 임금이분설은 폐기됐다. 때문에 '달마다 나오는 급여'와 '몇 달에 한번씩 나오는 상여'에 차이가 있다는 말은 1995년에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본급 인상보다는 상여와 수당을 늘려온 관행, 시설투자와 신규채용을 최소화하고 잔업과 특근으로 생산량을 늘려온 관행이 이 같은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사립대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라도 각종 수당을 없애고 임금체계를 단순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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