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적 피랍 동원호 선원 대부분 죽을 뻔"

"선원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오랜 억류생활로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동원수산 소속의 제628 동원호 선원들을 최근 직접 만나 취재한 김영미(金榮美ㆍ36) 프리랜서 PD는 이같이 말하면서 "선원들은 `빨리 좀 구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8명과 인도네시아인 9명, 베트남인 5명, 중국인 3명 등 동원호 선원 25명은 지난 4월4일 소말리아 인근 공해상에서 조업 중 해적들에게 납치된 후 3개월이 넘도록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김 PD는 지난 15∼17일 이들을 만나 취재한 뒤 귀국하기에 앞서 21일 두바이에서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협상 파트너를 제대로 골라 협상해야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의 위험지역 정보를 수집해 신속하게 전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PD는 동티모르, 카슈미르,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취재해온 분쟁 전문 프리랜서 여성 PD다. 김 PD가 취재한 자세한 내용은 오는 25일 MBC의 PD수첩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다음은 김 PD와의 통화내용을 일문문답식으로 간추린 것이다. 동원호 선원들은 무사한가. ▲무사했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납치된 후 대부분의 선원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오랜 억류생활로 몹시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배에 있던 부식으로 그동안 버텨 왔는데, 많은 물건들을 해적들이 빼앗아 갔다고 했다. 취재 중에 20일 치의 쌀이 남았다고 들었다. 선원들 반응은. ▲빨리 좀 구해달라고 했다. 4월 중순인가 미군 군함이 인근 해상까지 구출하러왔을 때 해적들이 동원호 선원들을 갑판에 세워놓고 죽인다고 위협하자 미군 군함이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선원들은 "희망이 없어졌으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 내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어디에 억류돼 있나.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의 오비아 항 인근에 있는 하라데레라는 인구 300명 규모의 작은 마을이다. 피랍선원들은 배 안에서 무장한 20명 정도의 감시를 받으며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 최성식 선장은 육지 마을에 따로 억류돼 있지만 2박3일(7월 15∼17일) 간 동원호에서 선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취재하면서 최 선장을 만날 수 있었다. 납치조직의 실체는. ▲정부군이나 반군 조직인 이슬람 군벌(샤리아 코트)의 통제에서 벗어난 해적단이다. 이들은 1년 반전에 다른 마을에서 하라데레로 몰려든 외지인들로, 전체 조직원은 81명이라고 했다. 기관총 2자루, 소총 1인당 각 1자루, RPG-7 2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목은 모함메드 압디 아프에니라는 이름의 인물로, 인터뷰에 응해줬다 납치 이유는 뭐라고 하나. ▲불법 조업을 해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원호 선원들은 과도정부로부터 조업허가를 받았다고 했지만, 해적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몸값을 구체적으로 밝혔나. ▲두목은 인터뷰 당시 몸값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몸값을 주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현지에서 100만 달러(약 10억 원) 안팎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원수산과 해적 간 협상에서 몸값에도 이견이 있는 듯 보였다. 우리 정부가 석방 조건에서 90% 의견 접근을 봤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자세한 협상내용을 모르겠지만 납치조직은 정확한 몸값을 놓고 말을 자꾸 바꾸고 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억류비용이 들기 때문에 몸값이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정부가 영국의 협상 전문가를 내세워 석방조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들은 전화와 팩스로만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원'이라는 사람하고, 동원수산의 두바이 관계자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했다. 동원수산 측 협상팀은 얼마 전나이로비에서 두바이로 옮겼다고 들었다. 억류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나.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슬람 군벌 최고지도자인 셰이크 하산을 만났다고 했는데. ▲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다. 처음에는 한국인들이 해적들에 납치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해적단이 한국 사람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얘기를 해적단에 전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정보에 어둡다는 것이다. 동원호가 납치되기 10일 전에 같은 해역에서 두바이 유조선 1척이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일은 한번 벌어지면 수습이 힘들다. 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의 위험지역 정보를 수집해 신속히 전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취재를 결심한 동기는. ▲소말리아 현지 TV가 지난 5월 쯤 피랍 동원호 선원들을 취재해 방송했다. 그것을 보고 현지 취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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