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타디움, 이젠 첨단 과학기술의 각축장"

관중 함성 증폭 지붕… 벽없는 야구장… 쌍방향 디스플레이…<br>英 리버플FC 구장 응원함성 키우는 '우산모양 지붕' 설계<br>메이저리그 탬퍼베이는 '벽없는 시원한 야구장' 건설중<br>美 NFL선 구장 33m 상공에 길이 54m 스크린 설치 추진

미래의 스타디움에 적용될 첨단 과학기술을 감안한다면 입장료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영국 리버풀 FC의 신규 스타디움은 관중의 함성을 경기장 전체에 메아리치게 한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새 경기장은 첨단 투명소재에 의해 밝고 시원한 구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방에 편히 앉아 고화질 TV를 통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지금 스포츠팬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하려면 맥주와 팝콘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전세계의 스타디움 운영자들은 바로 이 같은 특별함을 찾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세계 각지에서 건설되고 있는 스타디움들은 환경친화적 설계를 기본으로 관중의 함성을 증폭시키는 지붕, 벽을 없앤 개방구조, 쌍방향 디스플레이 설치 등 첨단 과학기술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 관중을 불러 모으는 스타디움 세계인의 축제인 2008 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다. 이 올림픽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지난 4년간 피땀 흘려 준비해온 각국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메인 스타디움인 국가체육장과 수영 경기장인 국립아쿠아틱센터가 그것이다. 이들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디자인과 첨단공법으로 주목받으면서 공식 마스코트인 푸와(福娃)를 능가하는 베이징올림픽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다. 두 경기장이 각각 새 둥지(bird’s nest)와 워터큐브(water cube)라는 애칭을 얻으며 베이징 시민들과 전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스타디움은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장소라는 기본 목적을 넘어 혁신적 공학설계와 이용 편의성을 구비해야 한다. 관중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자체가 한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관중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파에 편히 누워 고화질 TV와 프로젝터를 통해 현장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현대의 스포츠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스타디움 운영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스포츠팬들에게 맥주와 팝콘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매력 만점의 스타디움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 원정팀을 주눅 들게 하는 함성 응원은 스포츠팬들이 편안한 집을 놔두고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수천~수만명의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목청껏 응원하다 보면 고된 일상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골수팬들을 보유한 영국의 리버풀 FC 구단은 바로 이 점에 착안,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스타디움 전체를 일종의 응원도구로 만들 계획이다. 리버풀 FC의 세번째 구장이 될 이 스타디움은 오는 2011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데 총 76열에 걸친 6만석의 좌석과 극성팬들을 위한 입석 구획으로 구성돼 있다. 이 경기장의 가장 큰 특징은 관중석 바로 위에 1장의 철판으로 이뤄진 덮개 형태의 지붕이 마치 우산처럼 씌워지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 일견 비를 막기 위한 보통의 지붕처럼 보이지만 이 철판 덮개는 응원의 보조기구다. 천장을 통해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이를 필드 쪽으로 반사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버풀 구단은 철판 덮개에 힘입어 관중들의 응원과 야유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웅장하게 메아리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기장이 문을 열게 되면 이곳을 찾는 원정팀 선수들은 홈팀 관중의 야유에 귀가 멍멍해지지 않기 위해 귀마개를 지참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 벽이 없는 야구장 돔 구장은 1년 내내 날씨에 관계없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방형 스타디움과 달리 채광과 통풍이 좋지 않아 관중들은 습기가 가득 찬 동굴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명 ‘구덩이(pit)’라는 끔찍한 별칭의 돔구장 트로피카나 필드를 사용 중인 메이저리그의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도 그간의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탬파만 인근에 3만4,000석 규모의 새 스타디움 ‘워터프런트(Waterfront)’를 짓고 있다. 워터프런트는 관중석이 위치한 곳을 제외한 모든 구장이 외부에 개방돼 있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때문에 탬파만의 풍부한 바람이 그대로 불어와 모든 관중들이 시원하고 상쾌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탬파베이 구단은 한낮의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한 비책도 마련했다. 범선의 돛대를 본떠 만든 96m 길이의 기둥을 활용, 테나라(Tenara)라는 첨단 투명소재로 구장 전체를 천막 치듯 보호하는 것이 그것이다. 불소중합체로 코팅된 테나라는 자외선ㆍ화학물질ㆍ공해ㆍ얼룩에 강력한 내구성을 발휘하며 햇빛 투과성이 40%에 달해 경기장을 밝게 유지할 수 있다. 설계 초기에는 콘크리트 내부에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를 삽입하는 방안도 모색됐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철회된 상태다. ■ 자기 자리에 앉아 맥주 주문 또 다른 메이저리그 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역시 오는 2012년 개장을 목표로 새로운 스타디움인 시스코 필드를 건설하고 있다. 어슬레틱스 구단은 첨단 디지털 장치의 힘을 빌려 관중들의 관람 편의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각각의 좌석마다 쌍방향 무선 디스플레이 장치를 설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경기 상황은 물론 선수들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 관중들은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식 기록원이 작성한 스코어카드를 볼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경기 상황 정보를 체크할 수도 있다. 또한 주변 교통상황을 파악해 경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거나 경기장 내의 가장 가까운 화장실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어슬레틱스 구단은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경기 전후에 관중들과 선수들을 연결시켜 화상 사인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관중의 입장에서 가장 편한 것은 이 디스플레이로 핫도그ㆍ맥주 등 각종 음식과 음료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긴박한 경기 상황에서 매점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거나 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로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해당 식품의 판매원이 지닌 휴대형 디스플레이에 주문내역과 주문자의 좌석 번호가 출력되기 때문에 관람객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 코앞에서 펼쳐지는 경기 오는 2009년 신규 스타디움을 선보일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댈러스 카우보이는 웅장한 규모로 여타 스타디움들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댈러스 최고의 랜드마크라는 타이틀도 거머쥔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제리 존스 구단주는 총 10억달러를 투자, 12만1,400㎡의 부지에 8만석 규모의 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붕은 날씨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이 지붕의 넓이만도 무려 6만1,390㎡에 이른다. 이는 현존하는 건축물 지붕으로는 가장 큰 것이다. 특히 이 구장은 지붕에 더해 경기장의 입구도 여닫이 식으로 만들어진다. 평상시에는 11m 길이의 유리패널이 막고 있어 그 어디에서도 입구를 찾을 수 없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이 패널들이 좌우로 펼쳐지며 높이 36.5m, 폭 54.8m의 거대한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 이에 더해 구장 한가운데 설치되는 스크린의 크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3.5m 상공에 설치되는 대형 스크린의 높이는 15m며 좌우 길이는 무려 54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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