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매매계약을 파기함에 따라 외환은행의 지분구조는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그 와중에서 2대주주였던 독일의 코메르츠방크가 두차례에 걸쳐 지분 14.61%를 팔아 골치 아픈 국내외 논쟁에서 손을 떼고 떠나버렸다. 하지만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 등 국내 소액주주들은 론스타와의 연계조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끌려 다니게 됐다. 론스타의 계약 종료 선언으로 3대 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이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2대 주주였던 코메르츠가 지난 5월 론스타 콜옵션 행사로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 치워 외환은행과의 ‘인연’을 모두 끊었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국민은행간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수출입은행이 매각하려던 외환은행 지분 6.25%는 그대로 남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03년 10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측과 태그얼롱(tag-along) 계약을 맺었다. 태그얼롱이란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때 같은 조건으로 수출입은행 지분을 매각 처분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수출입은행은 6월 태그얼롱을 행사해 외환은행 지분 6.25%, 4,030만주를 국민은행 측에 넘기고 1,946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번 계약이 종료되는 바람에 태그얼롱 행사는 유보됐다. 지분 6.12%를 보유한 한국은행도 마찬가지 처지다. 반면 론스타가 수출입은행과 과거 2대 주주였던 코메르츠방크에 행사한 콜 옵션은 이미 완료돼 지분이 론스타 측으로 넘어갔다. 콜옵션 계약으로 코메르츠는 지분 6.48%, 4,176만주를, 수출입은행은 7.52% 4,913만주를 론스타에 주당 8,488원에 넘겼다. 이에 앞서 코메르츠는 지난 3월 태그얼롱이 적용된 지분 8.13% 5,248만주에 대해 태그얼롱 조건을 포기하고 주당 1만3,400원에 시장에 내다 팔았다. 론스타와 국민은행이 합의한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주당 1만5,200원이었으므로 1,000억원가량 손해보는 거래를 한 것으로 당시에도 싼 값에 지분을 팔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수개월간 외환은행 문제가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져 시끄러운 와중에 수출입은행의 태그얼롱 조항에 따른 지분은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반면에 코메르츠는 다소 손해를 보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차례의 거래를 통해 1조원 이상의 목돈을 만들어 ‘골치 아픈’ 외환은행 문제에서 손을 떼고 떠나게 됐다. 한편 외환은행의 2대주주로 떠오른 수출입은행은 론스타가 어느 정도의 배당금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거액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6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론스타가 받을 수 있는 배당 규모는 최고 1조원선. 따라서 산술적으로 6.25%의 지분을 보유한 수출입은행도 배당으로만 1,000억원대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