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가 새로 기획한 인문총서 '엑스쿨투라(Ex Cultura)' 시리즈 첫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수전 벅모스 미 코넬대 교수의 '헤겔, 아이티, 보편사'와 페테르 센디 파리10대학 교수의 '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이 그것이다. '쿨투라(Cultura)'는 '갈아엎다', '농사짓다' 등을 뜻하는 라틴어로, 오늘날 '컬처(Culture)'란 용어의 모태가 되는 말이다. 문학동네는 "문화의 텃밭에서 캐낸 사유, 문화의 교차로에서 찾아낸 미지의 담론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말로 해외 저작 번역 시리즈인 엑스쿨투라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헤겔, 아이티, 보편사'를 쓴 정치철학자 벅모스는 이 책을 '추리 소설처럼 쓴 글'이라고 언급한다. 헤겔의 저작과 편지들, 그가 구독했던 신문, 잡지 등을 조사한 뒤 헤겔이 1804년 아이티 혁명을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벅모스에 따르면 헤겔은 '노예'를 추상화된 개념이나 은유로서가 아니라 역사와 현실에 존재하는 실체로서 언급했지만 흑인과 흑인 문화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자신의 성향은 극복하지 못했다. '보편사' 부분은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제3세계의 역사를 보편적인 경험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만 8,000원.
40대 중반의 철학자이자 음악이론가인 센디 교수의 저작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그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은 히트곡의 정치사회적 의미나 대중문화 이론을 아니라 히트곡에 철학적 존엄성을 부여하면서 유행가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을 꾀한다. 프랑스 유행가와 프리츠 랑 등의 영화를 도마에 놓고 키에르케고르, 칸트, 마르크스의 이론으로 요리하는 그는 "히트곡이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돈과 명성을 노래하고 있다"며 "이는 히트곡이 단순히 대중음악 상품이기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가 증식하면서 음악에 빠진 우리의 영혼에 무수한 사본으로 존재하는, 떠나지 않는 멜로디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