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밍크코트 소동 속의 신세타령

 -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요즘 한국사람들은 이 무슨 팔자인가 하고 신세타령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TV 뉴스나 신문을 보면 온통 밍크코트 소동이다. 작년부터 세풍이니 총풍이니 하여 밑도 끝도 없는 시비에 진력이 났는데 이젠 새 메뉴로 밍크코트 소동까지 보게 되었다. 밍크코트는 비싸고 고급일지 몰라도 그걸 두고 벌어지는 시비는 별 고급스럽지 못하다. 당초 밍크코트 사건의 발단부터가 저차원인데다가 그것이 처리되는 과정이 더 실망스럽다. 한바탕 코미디로 웃고 넘기기엔 관련된 곳이 너무 많고 어마어마하다. 그런 코미디를 보면서 살아야 하고 세금을 내는 신세가 한탄스러워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밍크코트 시비를 둘러싼 엑스트라들의 연기도 점입가경의 경지다. 멀쩡한 사람들이 시대를 잘못 만나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모양을 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막상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80년대 경찰에서 운동권 대학생을 물고문하다 죽여놓고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코미디같은 변명을 하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더니 이번엔 검찰에서 「밍크코트를 입고 간게 아니라 왼쪽 손목에 걸치고 갔다」는 기발한 세리프를 토했다. 지금 새 세기를 앞두고 온세계가 야단이다. 새천년, 새삶, 창의성, 인류애, 박애정신같은 좋은 소재들은 다 어디두고 맨날 3류코미디에 시달려야 하는가. 한국이 OECD 가입한지도 오래 됐으니 명색이 선진국 국민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런 화제로 날을 지새고 있으니 더욱 한심스럽다. 밍크코트 시비도 아무리 잘 수습된들 무엇이 남을 것인가. 탐정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를 볼때처럼 당장은 재미있고 땀을 쥐지만 다보고 나면 허망하고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밍크코트든 좋은 자리든 아무나 갖는게 아니며 분수 넘치게 탐을 내면 반드시 탈이 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이번 밍크코트 소동도 헛된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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