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중국 금융 현대화와 홍콩의 역할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지난주 홍콩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그는 홍콩이 "본토의 금융개혁과 관련해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홍콩이 금융 규제 완화와 현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31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홍콩의 해외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어줬다. 이는 역외지역에서 발행된 규모 가운데 최대치다. 이 같은 조치는 홍콩과 중국 본토 사이의 통화 흐름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조치들도 발표됐다. 중국은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증시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홍콩ㆍ상하이ㆍ심천 증권거래소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관주의자들은 홍콩이 금융중심지로서의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이후 홍콩은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홍콩은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은 전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총 거래규모는 53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뉴욕증권시장의 350억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이 같은 홍콩의 저력은 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콩에는 몇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우선 위안화 자율화는 과장됐다. 중국은 여전히 그들의 자본계정을 아주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위안화 투자는 엄격한 할당량에 의해 관리되거나 하나하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홍콩의 금융제도가 점차 중국의 금융제도에 통합되고 있다는 점도 좋지 않다. 이는 홍콩 은행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홍콩 규제 당국은 지금까지 홍콩 은행들의 대출을 잘 규제해왔지만 은행들의 본토 진출이 늘어날수록 규제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본토 투자금의 홍콩 유입도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고 있다. 홍콩이 부동산 버블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달러 페그제 뿐이다. 중국은 신중해야 한다. 리커창은 홍콩의 사법권 독립ㆍ주요 자산 정보에 대한 공개와 접근을 언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홍콩이 누려온 상대적인 자유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금융의 현대화에서 홍콩의 역할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평가한다면 리커창이 말한 것처럼 이 같은 자유는 앞으로도 계속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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