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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富는 축적된 지식의 '공짜 점심' 덕분

■독식비판(가 알페로비츠ㆍ루 데일리 지음, 민음사 펴냄)


생산성은 2.25달러에 불과했지만 1998년에는 34.55달러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인들이 과거 사람들보다 결코 더 많은 일을 한다거나 더 높은 지능을 가졌거나 더 열정적이지도 않은데 생산량이 월등하게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동일한 노동과 자본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산출이 있게 된 근본원인은 "사회 자체가 더욱 생산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경제사가 조엘 모커가 "총체적 지식의 증가"라고 표현했듯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과학, 기술, 문화적 지식 등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덕택이다. 각종 경제활동에서 유발되는 문제들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추가적 지식'을 현대인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경제학자인 가 알페로비츠와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루 데일리가 함께 쓴 책은 이처럼 "현대의 모든 부는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회의 축적된 지식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펼친다. 오늘날 우리가 거둬들이는 부는 과거로부터 공동유산으로 물려받은 지식, 즉 '공짜 점심'에 기인한다는 얘기다.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초과이익공유제를 비롯해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 도입 등 '분배'에 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저자들은 노력한 만큼 '응분의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직접 치른 노력이나 희생의 결과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창출된 부는 '불로소득'이라고 저자들은 판단했다. 따라서 사회적 결과물인 불로소득은 사회의 정당한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투자전문가 워런 버핏이 "내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거나 1700년에 태어났다면 내가 가진 부는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내가 번 것의 상당 부분은 사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은 지식 유산의 혜택을 대가 없이 독점하고 있는 계층을 향해 새로운 분배 정의를 위한 개혁을 제안한다. ▦상위 1~2%에 대한 소득 과세 증액 ▦사회보장세의 상한액 인상 ▦법인세 증액 ▦대규모 토지의 상속세 인상 등의 방법을 제안하며 이를 통한 조세 수입을 더욱 큰 '사회적 유산'을 창출하는 데 쓰자는 대안을 내놓는다. 원제는 'Unjust Deserts'(불공정한 보상)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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