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7일] 전광우 위원장의 한계와 도전

“잠 한숨 못 잤습니다.” 내정 다음날인 지난 6일 기자실을 찾은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첫 멘트다. 그는 임명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일 기자들의 취재공세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눈도 붙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새 정부 초대 내각 중 그만큼 화려하게 데뷔한 인물도 그리 많지 않다. 취임한 지 어느새 약 한 달을 코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나쁜 평가는 들려오지 않는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민간에서 오면 업무파악 하느라 시간 보내고 그 다음에는 관료에게 장악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이에 비해 전 위원장은 다르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기자단이 보는 앞에서도 (실수한 관료를 코앞에 두고) 얼굴을 붉히는 등 파격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수장의 존재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본격적인 금융위 업무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도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각종 간담회 때 전 위원장은 민간에 협조와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향후 감독 방침에 대해 ‘소프트 터치(soft touch)’라는 표현을 써가며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좋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 위원장의 앞길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일련의 금융시장 패닉 상황으로 수장의 역할이 얼마나 좁은지 시장뿐 아니라 위원장 스스로도 새삼 알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하지만 실제로는 국제금융시장ㆍ환율에 대해 말도 못하고 거시정책을 조절할 수단은 더더욱 없다. 선제 조치를 통한 시장안정 책무를 안고 있지만 정작 시장을 상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루트가 협소하다는 것이 이번 금융시장 혼란 과정에서 드러났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한 비유로 “금융위를 미국 조직과 비교해보자.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아니고 재무부도 아니다. 금융위를 어디에 비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금융위가 새로 탄생한 만큼 조직의 위상은 앞으로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초대 수장인 전광우 위원장의 역할에 금융위의 위상이 규정 지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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