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내년에도 결정은 미루고 썸은 계속된다

■ 트렌드코리아 2015 (김난도 외 5인 지음, 미래의창 펴냄)

■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 (KOTRA 지음, 알키 펴냄)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직접 확인해야만 믿는 '증거중독'
치고 빠지는 '썸' 현상 심화 될 것

코트라의 한국을 뒤흔들 트렌드
인도 집밥 서비스 '다바왈라' 등
3년내 뜰 핫 '한' 메가 아이템 소개


아이폰6의 북미 출시 엿새만인 지난 9월 25일. 내부 상황을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유명한 애플이 아이폰6플러스의 제품 테스트 과정을 외신에 공개했다. 아이폰6플러스가 '힘을 주면 구부러진다(Bend)'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애플을 움직인 것은 소비자들이었다. 휘는 아이폰의 사진과 증언 등이 트위터 등의 SNS에 줄줄이 올라오고, IT 전문 리뷰 사이트는 사람의 손힘만으로 아이폰6플러스를 휘게 만드는 증거 영상을 공개하며 제품에 허점이 있다는 점을 공격했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은 일명 '밴드게이트'로 이름 붙여진 이 사건을 내년 소비트렌드를 설명하는 키워드 '증거중독'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한다. 소비자들이 '증거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단 하나 .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확실한 사실과 믿을 수 있는 증거에만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야 기업이 하는 말을 믿는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면 결국 정보 과잉의 시대와 관계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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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과잉 시대가 불러온 또 다른 소비트렌드는 바로 '햄릿증후군'이다. 삼촌 클로디어스를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주저하며 결정을 유예하다 결국 최선의 대안을 놓쳐버리는 햄릿처럼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길을 잃는다.

이 같은 '결정 장애' 증상은 제품 선택이나 구매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로까지 확대된다. 결단을 내리기보다 선택과 비선택 사이의 회색 지대를 즐기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팀은 이를 일컬어 '치고 빠지기'라 명명했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꼽힐 만한 '썸(썸씽의 준말로 남녀가 본격적으로 교제하기 전 나누는 미묘한 감정)'은 바로 이런 '치고 빠지기'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 교수팀은 이 밖에도 오감 만족을 모두 누리고자 하는 '감각의 향연', 덤이 제품을 구매하는 중요 요소가 되는 '꼬리경제' 등을 내년 소비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코트라가 펴낸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를 통해서는 국내 한정 소비트렌드가 아닌 좀 더 넓은 세계를 담았다. 트렌드의 '거대한 흐름'을 짚어냈다기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히트 아이템들을 집약해 놓았다고 보는 편이 낫겠다. 전 세계 84개국에 파견된 코트라 주재원들이 직접 수집한 틈새 정보들 가운데, 국내에 아직 소개된 적이 없지만 앞으로 3년 안에 각광 받으리라 예측되는 트렌드를 엄선했다. 실제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배달만 해주는 서비스인 인도의 '다바왈라'는 '집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아이템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식수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미국의 '마실 수 있는 책(책 종이를 정수 필터로 사용해 1년간 마실 물을 만들어 내는 책)' 등도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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