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단독][도시가 늙어간다] 서울 부촌도 예외 없이 노후화… 담양·구례 등은 쇠퇴율 100%

세종시 제외 전국 65% 쇠퇴 진행… 도시재생 사업 힘실린다


도시 형성기인 세종시만 빼고 전국 읍면동 65%가 "쇠퇴 중"

서울 서초·잠원·방배동 등도 인구감소·노후 건축물 50% 넘어


지방 중소도시는 무려 80~90%… 대도시일수록 구도심서 징후 뚜렷

"도시재생 통합기구·재정 필요"


서울 서초구 서초1~3동·잠원동·방배1~4동 등은 국내 최대 부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하지만 국토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이들 지역의 도시 쇠퇴(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 쇠퇴 지표인 '노후건축물 증가와 인구 감소' 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 실제 이들 지역은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1동·개포1·2·4동·대치1동·압구정동 역시 노후건축물(준공 후 20년 이상)이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부촌에서도 도시 노후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이번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일부 지역이 아닌 모든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기관 이전 등으로 막 도시 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세종시(18.2%)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의 쇠퇴 읍·면·동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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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촌 등 전국 65% 쇠퇴 진행=이번 조사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쇠퇴지역의 세부 기준을 적용했다. 세부 기준을 보면 △최근 30년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에 비해 20% 이상 감소하거나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 △최근 10년간 총 사업체 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에 비해 5% 이상 감소하거나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사업체 수가 감소한 지역 등이다. 아울러 전체 건축물 중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난 노후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지역으로 구성된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쇠퇴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 법상 노후건축물 기준은 준공 후 20년으로 돼 있다. 유럽 등 해외의 경우 100년 이상 건물이 유지되는 이면에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건물 개·보수 등 꾸준한 도시재생을 추진해오고 있어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전면 철거 후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재건축을 주요 도시재생 수단으로 사용해오면서 노후건물 증가가 도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조사를 보면 전국 3,470개 읍·면·동 조사 대상 지역 중 65%(3,479개 읍·면·동 중 2,262개)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 중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서초 외에도 도심지역인 종로구 역시 인구 감소와 노후건축물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성남시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도시 노후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 사업체 감소, 노후건축물 증가 등 세 가지 지표에 모두 해당하는 심각지역은 1,167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쇠퇴가 발생하고 있는 읍·면·동 지역 중 절반이 넘는 51.6%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 중 전남 지역이 251개 쇠퇴 읍·면·동 중 68.9%인 173개가 모든 분야에서 쇠퇴가 진행되고 있어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광주 64.6% △부산 63.5% △경북 60.6% 등에서 심각지역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소도시 심각…대도시는 구도심 쇠퇴=도시 쇠퇴 징후는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중소도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삼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체 80~90%가량의 도시가 쇠퇴하고 있는데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권은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와 산업이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쇠퇴 읍·면·동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지역으로 296개 읍·면·동 중 84.8%인 251개에서 쇠퇴가 진행 중이다. 광역 단위로 집계했을 때 가장 높은 쇠퇴 비율이 8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면 인구 20만명 이하 소도시를 포함한 시·군·구별로 범위를 좁히면 쇠퇴율이 100%인 곳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전남 내에서만 보더라도 담양(12개)·구례(8개)·고흥(16개)·보성(12개) 등의 쇠퇴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대도시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쇠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인다. 부산의 경우 214개의 읍·면·동 중 181개(84.6%)가 2개 이상의 지표에 해당돼 전국에서 두 번째로 쇠퇴율이 높게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도시재생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는 도시재생 통합기구와 재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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