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가 비단 사법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기업들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2명 중 1명을 퇴직한 고위공직자로 채운 데는 이들을 로비에 이용해 보자는 속셈이 깔려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벌어진 인사참사의 뒤에도 과거 직책을 이용해 떼돈을 번 후보자들이 있었다. 이 정도면 전관예우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퇴직 공직자들이 비판 받는 이유는 단지 돈 많이 벌고 취직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때문에 힘있는 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2년 전 한 연구원의 조사 결과 현 공직자의 70%가 퇴직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압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부조리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7월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을 개정해 퇴직 판검사는 1년간 업무지역에서 개업을 못하게 하고 공직자도 5년간 관련기업 취업을 금지했다. 하지만 사외이사와 같은 우회로를 통하면 막을 방도가 별로 없다. 보다 정치하고 강화된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전관예우가 존재하고서는 사회가 바로 설 수 없다. 힘있는 자가 전직 판검사를 변호사로 고용해 재판에서 이기고 전직 고위관료를 둔 기업이 세무조사에서 빠져나간다면 법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침 얼마 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디 사회정의를 세우고 갈등요인을 없애는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