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평가방법 바꿔 신용등급 뻥튀기 막아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 중 우량기업을 뜻하는 A등급 이상의 비중이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 기업의 비중이 20% 안팎이고 국제신용평가사도 평균 30%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가히 기업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으로 부를 만하다. 이토록 기업내용이 좋다면 부실한 곳이 없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도 어렵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뭔가 한참 잘못됐다.


우리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평가수수료를 내는 발행사의 압력에 의해, 혹은 평가 시스템의 한계로 신용평가를 제대로 못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동양그룹과 웅진사태로 오히려 한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돈을 받고 신용을 판다는 비판이 나와도 반박하기 힘든 게 현 실정이다. 오죽하면 신용등급 쇼핑, 뻥튀기라는 얘기가 아직도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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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은 시장에서 투자방향을 알려주는 신호등과 같다. 고급정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투자자는 신평사가 부여한 등급에 의존해 일차적으로 해당 업체의 주식이나 회사채ㆍ기업어음(CP)에 투자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기업들은 대출을 줄이는 대신 직접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규모를 연간 130조~140조원까지 키웠다. 신용등급에 대한 의존도가 이토록 커졌는데 신뢰가 추락한다면 시장과 기업은 큰 혼란에 빠질 것임이 자명하다. 자칫 시스템 위기로 번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치밀한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국제신평사처럼 우리도 등급별 자체 목표 부도율을 정하고 실제 부도율보다 높거나 낮으면 평가방법을 의무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적용하는 의무지정인 제도를 신평사에 적용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신평사의 평가방법이 정교하고 정직하지 못하다면 기업에 대한 믿음도, 시장의 발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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