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광복 70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중> 어려울수록 혁신이 답이다

■ 2부. 기업을 춤추게 하라<br>머뭇거리다 실적 추락… 시장 움직임 미리 읽고 혁신해야 재도약



한국기업 특유 경직된 조직문화 시장변화에 발빠른 대처 서툴러

일부 대기업 빼면 R&D '쥐꼬리'


정부서 투자활성화 환경 만들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차등적용

M&A걸림돌 제거방안 마련해야


"하지만 아무도 그(최고경영자)에게 다른 노선을 제안하지 못했고 거대한 기함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가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최근 재계에서는 '한국 기업 비판서' 한 권이 화제가 됐다. 이 기업의 전직 법인장이 지난달 출간한 '한국인은 미쳤다'는 한국 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정면 비판한다. 시장의 움직임을 읽고 미리 혁신하는 데 서툰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느린 혁신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예사롭지 않은 비판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3년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비상이 걸렸다.

SK는 그룹 전체 매출이 지난 2011년 155조원에서 지난해 165조원으로 3년 동안 6% 성장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자동차 업계는 엔저를 업은 일본 경쟁사, 품질과 브랜드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독일 경쟁사들과 전 세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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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일본·유럽 선두기업들과의 격차가 아직 상당하다. 일례로 차세대 소재로 각광 받는 탄소섬유 시장의 세계 점유율은 일본이 5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불과 3%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했다. 조선·철강 업계는 경기침체와 중국의 영향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 기업, 공격적 R&D와 M&A로 시장 리드해야=비를 넘기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힘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6위까지 R&D 투자규모를 늘려왔지만 기술무역수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기업별로 보면 몇몇 대기업만 R&D에 충분히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갑수 KAIST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전체 R&D 투자액 46조5,599억원 중 7개 대기업의 비중이 55.7%(25조9,534억원)에 달했다. 7개 기업은 삼성·LG전자, 현대차, 삼성·LG디스플레이, 기아차, SK하이닉스였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규모를 막론하고 대부분 R&D 투자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일례로 국내의 한 대표적 화학 기업의 R&D 투자규모는 매출 대비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 익숙한 몇몇 기업을 제외한 다수의 대기업이 기존 사업,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非)혁신 사업에 안주하는 바람에 국가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끼리 더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R&D 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A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기업가정신 강화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국내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되면 계열사 부당 지원,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가 똑같이 적용된다"며 "재벌 규제가 M&A의 장벽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혁신적' 조직문화도 바꿔야=혁신을 가로막는 조직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문화의 특성상 단기간에 변하기 어려운 만큼 수직적 조직문화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혁신을 가능케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만하다. 지금의 국내 대기업들은 수직적이면서 일사불란한 조직문화 덕에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난 측면도 있다.

여기에 장기적인 안목, 시장을 읽는 눈을 갖춘 리더가 있으면 성공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소니의 공동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 이부카 마사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니의 '워크맨'은 1979년 출시 때 녹음 기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뿐 아니라 조직 내부로부터도 냉대를 받았지만 모리타·이부카 전 회장은 "워크맨이야말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품"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이펙터리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활력도'는 조사 대상 52개국 중 51위로 바닥권이었다. 일에 충분히 몰입할 만한 활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다한 업무, 잘못된 업무방식으로 인한 것"이라며 "해야만 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긴 시간 동안 몰입하면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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