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아타 사진전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

선수 모습없는 한일 축구전 사진등<br>역설적 미학 선봬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 사진작가 김아타가 2시간 동안 상암 경기장에서 촬영한 한일 축구전 사진에는 축구선수의 모습이 없다. 텅 빈 잔디구장과 일렁이는 관중석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작가는 대형카메라를 이용해 빛에 오랫동안 노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사진에 담았다. 카메라가 노출된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물체는 선명하게 기록됐지만 활발하게 움직인 물체들은 사진에 담길 수 없다. 따라서 치열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은 그 격렬함을 반증하듯 말끔히 사라졌다. 열심히 응원한 관중 역시 뿌연 흔적만으로 담겼고, 미동 없이 자리를 지킨 사진기자 등은 이미지를 남겼다. 김아타는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는 자신의 역설적 미학을 보여주기 위해 2002년부터 ‘온에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작업은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인도 델리의 시장 등으로 이어져 부산하게 오고 간 도시민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들의 흔적만 남은 뿌연 도시 풍경을 탄생시켰다. 김아타의 개인전이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06년 사진작가들의 꿈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아시아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뉴욕 평단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끈 바로 그다. 삼성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이라는 것 역시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 작가는 “이미지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사진의 속성을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는 자연의 법칙에 대비헤 존재의 실체를 탐구하려한다”고 설명했다. ‘온에어’라는 프로젝트 제목은 방송용어와는 무관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는 긴 노출 방식 외에 ‘이미지 중첩’의 방식도 활용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패러디 한 ‘최후의 만찬’은 13명의 젊은 남자의 모습을 촬영한 65컷의 이미지를 포개 완성했다. 작가는 각 모델에게 13인 모두의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예수와 베드로, 유다의 형상을 뒤섞어 작품에 담았다. 전국 8개 사찰에서 촬영한 ‘사천왕상’, 15커플의 누드를 찍은 ‘커플’ 등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존재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세계인, 자화상 시리즈’에는 100명의 사람들이 겹쳐져 하나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전시는 5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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