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단 한편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KO승을 거뒀던 한국영화계. 다가오는 추석대목에는 '양'과 '질' 모두로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 송해성, 이준익, 김대승, 임상수, 장진, 최동훈 등 중량급 감독들의 신작들이 잇달아 개봉 대기중이기 때문.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가을에 어울리는 휴먼ㆍ멜로. 맨 앞줄에서 대기중인 영화는 '파이란'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공지영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와 사형수의 기막힌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이나영, 강동원이라는 청춘스타를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리묘사가 탁월한 송해성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절망에 빠진 남녀의 사랑을 표현할 지가 관심거리다. '라디오 스타'는 '왕의 남자'로 1,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 세간의 관심이 높다. 한물 간 가수와 매니저가 강원도 영월의 한 라디오 방송 DJ를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잊혀져 간 존재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이밖에 '가을로'는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를 소재로 해서 더욱 화제가 됐던 작품. '번지 점프를 하다' '혈의 누'로 작품성을 인정 받은 김대승 감독의 신작이다.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오래된 정원'은 '그때 그 사람들'의 임상수 감독 작품. 차가운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임상수 감독이 1980년대의 뜨거운 사랑을 어떻게 묘사할 지가 관건이다. 멜로 이외에도 기대작은 많다. '타짜'는 '범죄의 재구성' 한편으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 허영만의 동명 인기만화를 영화화해 더욱 화제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 또한 코미디 팬들을 위해 대기중이다. 중량급 감독들의 복귀가 반가운 것은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 그 동안 영화계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반도' '괴물' 등 한국산 블록버스터를 피해 개봉시기를 조심스럽게 조정해 왔다. 때문에 여름시즌 동안 관객들이 블록버스터와 일부 공포물 등 특정 장르의 영화들만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 다양한 이야기를 보유한 이들 감독들의 복귀로 인해 관객들은 오랜만에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계로서도 이들의 복귀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는 '괴물' 흥행신기록 달성의 경사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독점 논란' 등으로 뒤숭숭했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섬세한 이야기 묘사와 감각적인 화면으로 무장한 이들 감독들의 건강한 경쟁으로 인해 영화계에 다시 한번 신선한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