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물쩍’공시 방지대책 시급

1년반전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수출계약 공시를 낸 코스닥기업 S사가 지난 8일 저녁 슬그머니 상대방이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공급계약 해지 공시를 냈다. 투자자들은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 당시 수출공시 덕에 S사의 주가는 4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9일(영업일 기준)만에 65%나 급등했다. 그러나 공시 이후에도 만성 적자기업인 이 회사의 실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주가 역시 1,000원 밑으로 떨어진 후 가속도가 붙으며 300원대까지 내려갔다. 수출계약은 있었지만 수출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는 이런 해프닝들이 비일비재하다. 계약내용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계약서류 등 형식요건을 갖춰 장기간의 대규모 공급계약 공시를 내고는 1년이나 2년이 지나서 그냥 없었던 일이라고 간단하게 밝히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리고 투자자들만 기가 막히는 일을 당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고 공시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코스닥증권시장측도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측은 “현 공시제도는 전혀 문제가 없고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면 직접 그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말한다. 물론 해당기업이 공시요건을 충족하는등 규정상 하자가 없으면 제재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공시요건의 맹점을 악용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 데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지않고 그저 방관만 한다면 투자자 보호라는 본연의 일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공급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라면 적어도 분기별로 그 진행상황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토록하는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대주주의 회사돈 횡령, 작전세력의 시세조종 사건 등으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여기다 공시까지 투자자를 우롱한다면 투자자들은 영원히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이규진기자(증권부)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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