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사권 조정' 실패…청와대 의중에 관심

노 대통령 발언 놓고도 검·경 해석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자문위원회가 핵심쟁점인 형사소송법 195,196조 개정문제를 놓고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함에 따라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ㆍ경은 자문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할 최종 합의안을마련해야할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논의 과정에 비춰 양 기관이 형소법 개정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1일 수사권 조정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는 하나 "대통령이 한 번 참여해서 토론하고 마지막 결론을 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언급,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의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경찰의 수사권 문제를 간헐적으로 거론하긴 했으나 단편적 언급이 대부분이어서 청와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간파하기란쉽지 않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6월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분권주의자다. (당선되면) 큰 선물을 주겠다"고 말해 경찰 수사권 문제를첫 언급, 경찰의 환영을 받았다. 이후 노 대통령은 2002년 12월 공약사항으로 "민생 치안범죄에 대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겠다"고 밝혔고 당선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일부 민생 치안범죄에 한해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받는 전제 하에서 경찰 수사의 독자성을 인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인수위원회는 공약사항에다 `검찰의 사법적 통제를 받는 전제 하에서'란 문구를추가하고 `민생 치안범죄'를 `일부 민생 치안범죄'로 제한해 국정운영 방침을 정한것이다. 또 노 대통령은 작년 3월 경찰대 졸업식에서 "현재 일부 경미한 범죄에 대해 경찰이 사실상 수사권을 행사중인 현실을 감안,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임기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작년 10월 경찰의 날 기념사에서는 "수사권 조정문제는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편익을 고려해 반드시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4월 총선 공약사항을 내걸면서 "절도ㆍ폭력ㆍ교통사고 등 경미한 민생 치안범죄에 대해 경찰에 일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등 수사권 현실화를추진하겠다"고 발표, 경미한 민생 치안범죄의 범위를 구체화한 바 있다. 검ㆍ경은 노 대통령의 계속된 언급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지만 수사권 조정의 대상에 핵심쟁점인 형소법의 수사주체나 수사지휘권까지 포함되느냐는 범위를 놓고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노 대통령의 언급이 절도ㆍ폭력ㆍ교통사고 등 경미한 민생 치안범죄에한해 경찰 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지, 경찰을 대등한 수사주체로 규정하거나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권마저 부정한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경찰은 역대 대통령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경찰 수사권을 노 대통령이 언급한 자체만으로도 이미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경찰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했다는 반증이므로 당연히 수사주체나 지휘권까지도 포함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점화된 수사권 조정 문제는 조정 수준이라는검찰측 입장과 독립이라는 경찰측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현실에 비춰대통령의 구체적 입장 표명이 나와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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