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스타' 전시회가 남긴 교훈


"어릴 적부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하며 게임 개발자를 꿈꿨습니다. 지금처럼 한국 정부가 게임을 규제하면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게임산업 규제로 고민이 많다면 독일로 오세요. 독일에서 게임을 개발하면 정부에서 10만유로를 지원해드립니다."(에바 플라츠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연방정부 경제개발공사 담당관)

지난 15일 '지스타2013'이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라는 위상은 사라지고 전시장 곳곳에는 차분한 분위기만 맴돌았다. 정부의 강도 높은 게임산업 규제에 반발해 국내 게임업체 대다수가 전시회 불참을 선언한 탓이다. 대부분 관람객들은 "볼거리가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국산 게임업체가 빠진 자리에는 블리자드와 워게이밍ㆍ닌텐도 등 해외 게임사가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인 한국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게임업체에 쏠린 이목을 뒤로 하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오히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게임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에 관람객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게임을 마약ㆍ도박ㆍ술에 이은 '4대 악'으로 규정하는 데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게임업계는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0만명에 달하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사기 역시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국내 게임산업이 정부 규제로 휘청대는 사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도권은 빠르게 해외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게임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갔고 차세대 격전지인 모바일 게임에서도 국내 게임업체들은 안방에서만 경쟁할 뿐 해외시장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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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15억3,000만달러에 인수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아예 소프트뱅크를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업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체들은 당장 코앞에 닥친 게임산업 규제에 대응하기도 버거운 처지다.

국산 게임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에서 1조5,011억원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한류 콘텐츠의 대표주자인 K팝의 수출액 2,143억원보다 7배가 더 많다.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는 곧 콘텐츠산업의 위기다. 게임 규제를 둘러싼 해법을 찾지 못하면 게임 한류는 먼 이야기가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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