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도 산골에 있는 양구우체국.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기가 과연 우체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끔하다. 마치 새로 문을 연 은행점포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널찍한 우체국 안은 산뜻한 사무용 가구와 우아한 장식품들로 마치 잘 정돈된 안방을 연상케한다. 창문에는 시원한 대나무발이 드리워져 있고, 오늘 아침에 꺾어온 듯한 꽃들이 화사함을 더한다. 여직원들의 웃음 속에는 이 지역의 깨끗하고 순박한 마음씨가 묻어나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이 곳이 지난해 「전국 우체국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우체국이다. 주민들은 이 곳을 「우체국 까페」라 부른다. 심지어 약속장소로 우체국을 정하는 이들도 많다.
사실 양구 우체국의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은 모두 직원들의 손끝에서 나왔다. 길건영 양구우체국장은 『견적을 뽑아봤는데 1,000만원이 나왔습니다.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때만 해도 양구 우체국은 보통 우체국과 다르지 않았다.
먼저 우체국의 구조부터 바꿨다. 정문에서 반대쪽 벽끝까지의 길이가 약 12㎙. 이 가운데 손님들이 쓰는 공간은 4㎙에 불과했다. 직원들은 주말에 모두 나와 책상을 4㎙ 뒤로 끌었다. 다음 월요일 아침에 우체국을 찾은 손님들은 깜짝 놀랐다. 훨씬 기분이 상쾌해지고 편해졌다며 칭찬이 대단했다.
직원들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페인트를 다시 칠했다. 관공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칙칙한 색깔 대신 빨간 의자와 소파였다. 벽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종이인형 사진으로 액자를 만들어 걸어놓았다. 吉국장은 「튈려고 작정하고 분위기를 바꿨다」고 털어놓는다. 비용도 60만~70만원 밖에 안들었다.
양구우체국에는 자체 오토바이 수리소가 있다. 집배원들의 오토바이를 수리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제는 엔진까지 고친다. 올해 사고가 1건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500만원 정도의 수리 비용도 줄였다. 「막힘없는 우편물 배달」도 자랑. 연말연시 등 바쁠 때가 오면 모든 직원이 뛰쳐나온다. 직원들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밤을 세워가며 우편물을 분류한다.
양구우체국은 재미있는 팀을 갖고 있다. 이름은 「거꾸로 팀」. 특수사업을 위해 모이는 이 팀에서는 지위가 낮은 사람이 팀장을 맡는다. 계장, 과장 같은 관리자들은 팀원으로 일해야 한다. 吉국장은 『오히려 주인의식이 생겨 일을 더 잘한다』고 말한다.
양구 우체국은 최근 시작된 금강산 관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은 유람선을 타고 떠나지만 언젠가는 기차로, 버스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금강산을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곳이 바로 양구다. 금강산 관광객들에게 은행보다 멋진 우체국을 보여주는 것이 양구 우체국 직원들의 소박한 바람이다.【양구=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