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ot 이슈] 기로에 선 포스코 (1) 권오준식 구조조정 드라이브 동력 잃나

빛 바랜 1년여 사투… 공들인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도 위기

철강시장 침체 속 사정칼날 압박

파이넥스 공법 수출 고비 맞을 듯

비핵심사업·자산 정리 차질 우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정면 조준한 검찰이 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구조조정에 사투를 벌여온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비주력 계열사를 팔아치우면서 2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는가 하면 꿈의 제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중국에 수출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진출도 목전에 두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 그룹 전체가 외풍에 흔들리면서 구조조정 작업마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밖으로는 철강시장 침체, 안으로는 정치 공세에 시달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기로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1년 공들인 사우디 진출 물 건너가나=포스코가 사정 당국의 거센 파도를 맞을 때마다 가장 큰 멀미를 겪었던 곳은 단연 해외사업 부문이다. 공기업으로 출발해 정부의 입김이 지금도 세다는 점을 해외투자가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탓이다.

당장 포스코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맺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PIF가 10억달러에 포스코건설 지분 40%를 인수하는 대신 포스코건설은 자동차 공장을 짓고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대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종의 합작사업이다.

하지만 검찰의 사정 압박이 날로 강도를 더하면서 이미 실무진 사이에서는 상당한 우려의 메시지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 사정에 밝은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만약 PIF가 계약 포기를 선언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파이넥스 1호 수출 역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넥스는 질이 낮은 철광석으로 쇳물을 생산해내는 제철 공법으로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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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법의 원천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스코만 가지고 있어 일단 기술을 한 번 수출하면 사용료를 계속해서 받아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정부 차원의 협업이 없으면 진출을 꿈꾸기 어려운 곳인데 중국 정부가 당분간 인허가 등을 뒤로 미루면서 사태를 관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베트남에서도 현지 협력 기업을 중심으로 "자존심이 상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조정도 '눈치'=해외 사업과 더불어 권 회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여온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철강 본원 사업 이외에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한다"는 기조 아래 비핵심사업과 자산을 정리해 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성과를 냈다. 포스코특수강 지분을 세아그룹에 매각해 6,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고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가 각각 마산과 베트남에서 갖고 있던 백화점도 팔아치웠다. 포스코 계열 시설관리업체인 포스메이트 소유의 서울 역삼동 포스타워 건물과 부지도 처분했다.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매각작업도 재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번 건을 계기로 향후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 인수해 고가 매입 논란을 빚고 있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이 회사에 유상증자를 통해 2,9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세 차례 유상증자를 거듭해 이미 2,000억원을 쏟아부은 회사에 또다시 3,000억원 가까운 돈을 넣기로 결정하면서 이사회는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은 부도 직전에 몰린 터여서 유상증자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상황이었던 게 맞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대주주인 포스코가 정상적인 경영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나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이 정치적 차원에서 해석되기 시작하면 경영진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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