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제금융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상원을 통과했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구제안이 과연 글로벌 금융위기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실물경제로의 전이 우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구제안 통과가 하방경직성 강화에는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여전히 반등을 이끌 ‘트리거(Triggerㆍ방아쇠)’ 역할을 기대하긴 어려워 당분간 관망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시 ‘구제’ 못한 미 구제금융법안=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02포인트(1.39%) 떨어진 1,419.65포인트를 기록해 5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장 초반 미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날아왔지만 이후 오히려 낙폭을 키우더니 1,410포인트까지 떨어져 지난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랜 진통 끝에 상원을 통과한 구제금융안이지만 이미 노출된 재료였던데다가 하원 통과에 대한 불명확성,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이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구제금융안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됐던데다가 하원 통과 전망도 확실하지 않고 구제 금융안에 의한 경기회복 기대감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전이 우려 높아져=하원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지만 구제금융안은 결국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구제안의 하원 통과 여부에 따라 한 주의 증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금융위기를 해소할 정책적 수단이 부실 자산을 회수하는 것이니 만큼 무난하게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부터 터져 나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여러 경제 지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당초 예상치에 못 미치는 43.5포인트를 기록, 7년래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또 2일 밤(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9월 실업률이나 신규 고용 지표 등에서도 부진이 점쳐 지는 등 실물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우려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실물 경제로의 파급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 비농업 부문에서의 일자리 수가 10만건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등 시장전망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율ㆍ금리’ 불안 여전, “긍정적 부분도 살펴봐야” 지적도=여기에 금리와 환율 등 국내 금융 불안이 여전하고 다음주부터 진행될 ‘실적 시즌’도 우려감이 높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고금리와 고환율 등 국내 자금 경색 우려감이 높고 실적 시즌도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서프라이즈’에 대한 반응보다 ‘쇼크’에 대한 반응이 더 클 것”이라며 “국내 내부 요인에 의한 불안감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금까지의 우려가 이미 노출된 재료인 만큼 지나치게 불안감만 키우기보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지표 확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기존의 악재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해 심리적인 부분이 지수 하락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그저께 발표된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반등한 점 등 긍정적인 면들을 관망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