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진정한 통상강국의 길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책 중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있다.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던, 그래서 숙명적으로 통상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인구 10여만의 작은 도시 베네치아가 어떻게 중세시대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고 번성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 '베니스의 상인'은 지중해를 고속도로로 삼아 주변의 강대국인 비잔틴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을 잇는 중개무역을 했고 당시 적대국인 이슬람제국과도 실리를 우선시하는 협상을 하며 유럽의 르네상스와 대항해시대를 여는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부존자원이 없고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베네치아와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에 구한말 우리 선조들은 주변 열강들의 강압에 통상조약을 맺는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이제 우리는 통상강국으로 인근 국가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유럽연합(EU)과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는 한국·칠레·이스라엘·페루 4개국뿐이고 이 중 10대 무역대국은 우리가 유일하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새로운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글로벌 교역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FTA를 통한 국가 간, 지역 간 합종연횡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2014년 1월 말 전 세계에서 377개의 FTA가 체결·이행 중이며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강대국이 주도하는 거대 FTA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다. 이처럼 우리가 FTA에서 한발 앞서나가자 중국과 일본도 우리와 FTA를 맺은 나라들과 잇따라 FTA를 맺으며 추격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FTA 선점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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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변화하는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신통상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한중 FTA 1단계 협상 및 한·호주 FTA를 타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TPP와 RCEP 등 다가오는 지역경제 통합 논의에 적극 대응하고 이에 따른 대책도 차분히 준비해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일자리와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통상정책을 준비해나갈 시점이라고 본다.

통상강국으로 발돋움한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한중 FTA의 조기 타결을 추진하는 한편 TPP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동북아시아와 환태평양 지역경제 통합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민들과 호흡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졌다. 중소기업과 농수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FTA를 추진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이에 정부는 한중 FTA를 계기로 농수산업과 중소 제조업 등의 경쟁력 제고도 적극 추진해나가려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FTA가 체결 건수에 비해 실제 FTA 효과에 대한 체감도가 다소 낮은 측면이 있었다면 앞으로 통상정책의 중점을 우리 인재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두고 국민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피부에 와 닿는 FTA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FTA를 활용해 항공·바이오 등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신흥국 시장 개방을 통한 우리 기업과 인력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역동적인 청마의 해를 맞아 지역경제 통합의 핵심 축으로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통상강국, 코리아에서 FTA와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기업들과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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