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 커피는 쓰다


어디를 가나 커피 전문점 천지다. 퇴직자들의 눈에는 별다른 기술 없이도 큰 힘들이지 않고 창업할 만한 아이템으로 보이기 때문인지, 요즘 창업 아이템 1순위는 단연 커피 전문점이다.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18일 한국무역협회는 올 들어 10월까지 커피 수입액은 5억8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의 3억7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커피가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교역량 2위의 선물(先物) 상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입 물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커피를 얼마나 많이 마실까. 수입한 원두량을 근거로 추정해볼 때 올 한 해 우리 국민들은 한 사람당 연평균 67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커피 전문점 가맹본사들은 이 정도의 소비량은 서구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고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아직은 적은 편이어서 앞으로 커피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로 퇴직자들의 창업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소비량의 증가는 한국인의 기호가 서구화한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실 실질적 원인은 커피 전문점 창업의 증가가 견인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수도 있다. 리서치 업체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커피 전문점의 숫자는 약 9,400개로 10,000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08년 6,000개를 기록한 후 3년 만에 50%가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커피 전문점 3년새 폭발적 증가 '물장사하면 돈 번다'는 속설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을 돈이 되는 장사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언론 매체들은 정부에서 밝힌 자료를 인용,'원두커피 한 잔의 원가는 170원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저렴한 커피의 원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이 들고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떼돈 버는 장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제조원가가 저렴한 만큼 원두커피 전문점을 차리면 누구나 떼돈을 벌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ㆍ카페베네ㆍ할리스ㆍ엔제리너스ㆍ커피빈 등을 메이저 업체로 꼽고 있다. 이들 중 스타벅스 등 일부 직영점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를 제외한 다수의 업체들은 일반인들에게 점포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가맹비를 받아가는 프랜차이즈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판매하는 커피 한 잔의 원가가 200원이 채 안 된다고 해도 커피 팔아 돈 벌기는 만만하지 않다. 영업 비용 중 커피 원재료 값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점포를 얻기 위한 권리금과 월세고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점주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몇 푼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 좋은 자리에 40~50평짜리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차리려면 대략 권리금 2억~3억원에, 보증금 2억~3억원, 인테리어 비용 2억원 이상 등 7억~8억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때문에 '한 잔에 3,000~5,000원짜리 커피를 하루에 몇 잔이나 팔아야 초기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하는 계산의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인건비 등 감안땐 돈벌기 쉽지 않아 커피 전문점 수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른 부작용으로 적자 점포가 크게 늘어 부동산 중개업소 마다 급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어쨌거나 오늘도 거리에는 양극화로 내몰린 88세대들이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달에 몇 푼 번다고 점심 밥값과 맞먹는 커피를 마시느냐"고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88만원 벌어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별로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커피 먹는 것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일견 잔인해 보인다. 이래저래 올 겨울은 춥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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