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알기쉬운 건축이야기] 이웃집 내부가 보일때

윤혁경 서울시 주택국 건축사무관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건축 관련 민원을 접하다 보면 이 속담이 자주 머리속에 떠오른다. 건축공사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분쟁가운데 상당수는 배 아픈 감정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건축주가 이웃에게 피해를 주었으면 당연히 보수·보상을 해주면 되고 잘못이 있다면 이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하면 되는 것인데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여 버리는 것이다. 진정에 휘말리게 되면 적법·위법을 떠나 건축주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괴로움에 시달려야 한다. 물질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정신적인 부담이 얼마나 큰 지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못한다. 행정기관에 접수되는 진정중 창문이나 발코니의 설치로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내용이 적지 않다. 사실 맞은편 창문 뒤에서 훔쳐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자신의 모습을 상대방이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민법 제243조 규정에 따르면 건물 경계로부터 2㎙ 이내의 거리에서 이웃 주택의 내부를 관망할 수 있는 창이나 마루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적당한 가리개(차면·遮面)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물론 2㎙가 넘는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진다면 이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가리개를 설치할 의무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건축법에도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민법에서 중복 규정하고 있어 지난 5월9일 건축법 개정때 삭제됐다. 문제는 이 규정이 건축법에서 빠지면서 행정기관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법 개정 이전에는 건축법 위반때에는 행정기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시정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행정기관이 이런 민원을 조정·중재할 힘이 없어졌다. 따라서 가리개시설 설치에 따른 민원은 당사자간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해당사자간 협의하든지, 아니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사(訟事)까지는 가급적 가지 않는게 좋다. 송사 좋아해서 망하지 않은 집안이 없다고 했다. 건축주는 건축행위 때문에 이웃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반면 이웃도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요구를 건축주에게 해서는 안된다. 일상적으로 참을 수 있는 것은 참아 주는 것도 함께 사는 사회에서 가질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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