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싱가포르 공무원 부패방지책] 뇌물공무원 재산까지 몰수

정부는 대형 독직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씻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뿌리는 좀처럼 뽑히지 않고 있다. 이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보다 검찰권을 동원한 일과성 사정(司正)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치된 견해다.다행히 신정부는 공무원 비리를 제도적으로 막기위해 「부패방지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패방지법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알려진 싱가포르의 부패방지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4일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싱가포르 공무원 사회의 청렴도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패방지 제도를 살펴본다. ◇싱가포르 공무원의 청렴의무 어느 정도인가=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금전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고 불가피하게 선물을 받았을 때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한 후 정부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일정금액까지의 식사대접이나 선물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더 엄격한 것이다. 만일 받은 선물을 소유하고 싶다면 시가상당의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하다. 기업체 등 외부인은 청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무원을 함부로 만날 수 없다. 만남의 목적 등을 명시한 서류를 작성, 각 기관별로 마련된 창구에 이를 접수시키면 면담 가능여부를 통보받게 된다. 면담승인이 나오더라도 1대1 미팅은 금물이다. 감시원 역할을 하는 공무원이 항상 동행하게 된다. 기업체가 아닌 한국무역관 차원에서 마련한 만찬에도 상부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초대를 거절할 정도로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부패방지를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청렴성은 그 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40년대 및 5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공무원 사회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통했다. 그러나 리콴유(李光耀) 전수상이 집권한 이후 강력한 부패척결 정책이 취해졌다. 지난 52년 부패행위방지법(PCA), 부패재산압류법(CA)이 각각 제정됐다. 부패행위방지법은 공공무문의 부패유형을 팁, 뇌물수수, 직원남용 등 세가지로 분류해 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싱가포르가 외국기업 유치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거래상의 커미션수수나 금융거래상의 부정행위까지 처벌대상으로 하고있다는 것이다. 범죄사실이 확인된 공무원은 받은 뇌물금액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불린 재산까지도 압류당하게 된다. 싱가포르는 법률 제정과 함께 수상실 직속 사정기구를 설치했다. 법률의 이행을 담보할 특별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설립당시 부패행위방지국(CPIC)은 경찰조직 내에 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기구가 경찰조직 자체의 비리 처리에 취약점을 보이자 수상실 직속기구로 독립시켰다. 75명에 불과한 CPIC는 공무원과 관련될 때는 기업 등 민간인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국장, 부국장, 국장보, 특별수사관을 포함한 전원은 국장이 서명 발행한 지명서, 즉 일종의 「마패」를 휴대하고 있다. CPIC 수사관의 권한은 막강하다. 범죄의혹이 있을 경우 영장없이 체포 가능하고 검사의 허가만으로 개인의 은행계좌, 구매내역, 회계장부, 은행안전금고, 은행장부 등을 수색할 수 있다. CPIC는 직접 인지하는 사건과 공무원사회 내외부의 신고를 통해 활동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비리신고를 막기 위해 허위신고자에 대해서는 1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CPIC는 단순한 비리수사만 수행하지는 않는다. 정보수집 및 분석,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지원국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비리발생 루트를 찾아,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부정부패를 가능토록한 각종 인허가 등의 절차를 개선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무작정 청렴성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법률과 제도가 엄격한 싱가포르에서도 공무원들의 독직사건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그러나 독직사건은 사소한 것이라도 큰 뉴스로 취급된다. 그만큼 독직사건 발생빈도가 낮다는 말이다. 싱가포르 공무원의 청렴성은 단순히 법률의 엄격함 때문만은 아니다. 요구되는 도덕성만큼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는 최상급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공무원들의 평균임금을 대기업 임원연봉의 3분의 2 수준에 맞추고 있다. 기업체 임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공무원 임금은 그만큼 연동돼 인상된다. 높은 임금은 신분안정을 통한 청렴성 유지 역할 뿐 아니라 고급인력을 유치, 공무원 조직을 엘리트 집단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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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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