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라이온스협회 강남지구 '20억대 총재후보 매수'

당사자들 "물의 일으켜 죄송"…횡령·배임혐의 없으면 형사처벌 곤란

세계 최대의 봉사단체 중 하나인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서울 강남 지구(地區) 총재ㆍ부총재 선거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후보매수'가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산하 354-D(서울 강남)지구 전직 임원 등 회원들은 16일 "서울 지역 대부분을 관할하는 354-D지구의 서열 1, 2위 임원인 현직 총재K씨와 직전 총재 S씨가 최근 수년간 후보 사퇴 및 담합을 조건으로 거액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회원들은 공증 합의각서 사본과 내용증명 우편사본, 입ㆍ출금 통장 사본, 녹취 테이프, 354-D지구 선거관리위원회 결정문 사본, 공증사무소 제작 녹취록 등 관련자료 일체를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의혹의 주요 내용은 전ㆍ현직 총재인 S, K씨와 또 다른 후보 P씨가 재작년 3월과 작년 1, 3월 등 5차례에 걸쳐 도합 20억8천만원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S씨와 K씨는 재작년 선거에서 7억8천만원을 주고받으며 ▲후보사퇴 ▲간부직 동수 배분 ▲차기선거 밀어주기 등 내용을 담은 공증합의 각서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K씨는 사퇴하고 S씨가 부총재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고 회원들은 주장했다. 또 이듬해 부총재 겸 차기 총재 내정자이던 S씨는 부총재 후보로 다시 나선 K씨로부터 6억원을 받았고, K씨와 부총재 경선을 벌이던 P씨는 K, S씨로부터 `위로금'조로 각각 3억원과 4억원을 받고 후보에서 물러났다는 것. 서울 한강 이남 전체와 마포구ㆍ용산구ㆍ영등포구를 관할하는 354-D지구 부총재선거에서 일단 당선되면 부총재 겸 차기 총재 내정자로 1년, 신임투표 뒤 현직 총재로 1년, 직전 총재 자격으로 1년 등 도합 3년간 최고위 임원으로 재직하게 된다. 작년 선관위원장을 맡았던 심모 변호사는 "당시 S, K씨가 금품을 주고받았다는의혹이 제기되면서 선관위가 선거를 연기하고 확인작업을 벌인 뒤 두 사람의 후보등록 취소를 결정했으나 재심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혔으며 결국 두 사람은 각각 총재와 부총재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심 변호사는 "작년 부총재 경선에서 물러났던 P씨는 올 초 해당 클럽 이사회에서 제명이 결의돼 소명을 요구받자 탈퇴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올해 선거는 당초 지난달 하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혹제기에 따른 소동으로 대의원 총회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무산됐다가 지난주 비공개로 강행됐다. S, K씨는 "과열ㆍ혼탁 선거를 막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을 따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도 대의원들이 뽑아 주었으니 앞으로 봉사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탈퇴한 P씨의 경우 연합뉴스는 계속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본인의 해명을 듣지 못했다. 이번 의혹은 자체 조사와 본인들의 시인으로 사실로 드러났으나 이들이 협회 운영비를 선거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횡령 및 배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아 현행법상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해당 지구 전직 총재들 등 원로 회원들은 국제라이온스협회 본부등에 이번 사건경위를 알리고 임원 직무 정지를 요구했으며 관련자에 대한 제명 조치를 내리라고각 클럽에 요구한 상태다. 국제라이온스협회는 193개국 140만명의 회원을 가진 봉사단체로, 우리나라에서는 7만9천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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