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명산업 리더] 엔토팜 김수인 대표

"러 기술 활용 세계적 신약 개발""수준 높은 러시아의 과학기술에 사업화 노하우와 자금을 접목, 세계적인 생명공학 의약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이제 결실을 맺어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 태평양ㆍ태평양제약과 B형 간염치료제 '알로페론'의 상품화 등을 위한 제휴를 체결한 김수인 엔토팜 대표(50ㆍ이사회 회장 겸 CEO)는 "러시아에서 진행중인 임상시험에서 완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 다국적 제약회사에 러시아ㆍ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마케팅을 맡긴다는 전략 아래 4개 업체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독일 제약회사에서 위탁생산할 계획이다. 알로페론은 초파리에서 항생ㆍ면역조절기능을 가진 물질을 찾아내 구조를 규명한 뒤 화학적으로 재합성, BㆍC형 간염 및 헤르페스(성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 성병치료제 임상시험은 오는 7월, 간염치료제 임상시험은 11월 완료 예정이다. 태평양과의 제휴로 알로페론을 이용한 노화방지 기능성화장품, 피부치료제 연구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옛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 과학자들이 개발한 첫 신약이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사제 형태지만, 흡입형 제제 개발도 마친 상태죠." 뉴욕ㆍ홍콩ㆍ타이베이(臺北)ㆍ서울에서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투자심사역 등으로 활동하던 김 대표는 지난 1991년 부지점장을 끝으로 뱅커의 길을 접고 '고단한' 벤처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듬해 지인의 소개로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러시아로 건너갔다. 당시 러시아 과학자들은 연방 붕괴, 경제난으로 정부 지원이 거의 끊겨 연구를 중단하거나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나선 상태였다. 김 대표가 그 때 만난 게르만 베커, 세르게이 체르니쉬(페테르스부르그대학 곤충연구소장ㆍ러시아 과학원 회원) 박사는 현재 엔토팜의 러시아 자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연구소장으로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연구비 등을 지원하며 특허권을 확보한 뒤 전임상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자 2000년 2월 엔토팜을 설립하고 조흥은행ㆍ한솔창업투자 등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유치, 임상시험 등 본격적인 상품화 작업에 들어갔다. "엔토팜은 모스크바와 페테르스부르그에 3개의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러시아ㆍ프랑스의 20여개 연구소와 R&D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곤충에서 얻어낸 물질의 구조 규명, 합성, 효능ㆍ독성시험 등에 큰 도움이 됐지요." 김 대표는 또 알로페론을 기초로 항암력을 증강시킨 신물질 S2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2는 동물실험 결과 알로페론처럼 암세포를 죽이는 내추럴 킬러세포(natural killer cells)를 활성화하고 인터페론-α 합성을 유도, 면역력을 높여줄뿐 아니라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 등 혈액암을 유발시킨 쥐에 기존 항암제 투여량의 절반과 미량의 S2를 함께 투여한 결과 생존율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전기 2상 임상시험을 마친 뒤 다국적 제약사에 라이선싱할 계획이다. 초파리에서 발굴한 다른 펩타이드에 대한 구조분석ㆍ합성연구 등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자녀교육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혼자 생활하는게 가장 힘들다"며 본의 아닌 '독신생활'의 고단함을 내비쳤다. 임웅재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