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한국 제조업의 힘

지난주 말 세계 정보기술(IT)업계는 모토로라의 휴대폰사업 철수소식으로 크게 술렁거렸다. 세계 3위의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가 수익성 악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휴대폰사업을 접기로 결정함으로써 세계 시장의 판도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한때 저가폰을 앞세워 삼성을 따라잡을 만큼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경쟁력 한계에 부딪혀 이제는 삼성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다. 사실 모토로라는 일찍이 한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삼성이나 LG의 두터운 벽에 부딪혀 철수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요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지만 한국의 전통 제조업체들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쌓아놓은 탄탄한 위력을 앞세워 글로벌 강자를 위협할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모토로라의 몰락은 초콜릿폰 등 잇따른 대박제품을 터뜨리며 휴대폰사업을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으로 키우고 나선 LG전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발 앞선 기술력 우위와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경쟁사와의 기나긴 ‘치킨게임’에서 이제 막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은 가격 폭락을 견디다 못해 하나같이 실적 악화의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투자를 대폭 축소하는 등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포스코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 신일본제철이 지난해 말 적자를 면치 못한 반면 피나는 원가 절감과 공정 개선으로 흑자기조를 일궈내 세계 철강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주력기업의 화려한 부활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근본적인 체질 변화로 어떤 외부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내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유가 등 원자재가격 급등과 환율 불안 등 극도로 나쁜 환경에서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얼마 전 한 강연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서비스업과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경제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병든 거인’으로 손가락질받던 독일이 최근 정밀기계와 자동차ㆍ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2의 라인강 기적’을 이뤄냈다는 점을 곰곰이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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