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8월 25일] 부서지는 아메리칸 드림

한국 교민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켄스턴 이씨에 대한 첫 재판이 최근 열렸다. 이씨는 지난 6월 버지니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딸과 부인을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웨스트 포인트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미 육군에서 중령으로 예편한 뒤 정보기술(IT)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첫 재판에서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한국언론은 제법 비중 있게 취급했지만 미국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버지니아의 일부 지역언론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의 출신이나 직업을 감안할 때 충분히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였음에도 미국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하지 않은 것은 이와 유사한 사건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오랫동안 실직상태에 있던 20대 여성이 자신의 두 살, 한 살짜리 아기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차에 실어 강물에 빠뜨리는 사건이나 절도혐의로 해고 위기에 몰린 트럭운전사가 열명에 가까운 동료들을 총기로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 모두 이달에 일어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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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만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회생은 아직 멀어 보인다. 실업률은 여전히 9%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잠시 살아나는 듯하던 주택시장은 다시 꼬꾸라지고 있다. 이러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실업문제는 사회 일탈적인 범죄행위의 증가 외에도 일반인들의 의식도 바꿔놓고 있다.

위기는 미국인들의 자신감마저 훼손하고 있다. 3월 신시내티에 있는 자비어대가 실시한 한 설문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또 68%는 자신보다 자식들이 더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산층이 흩어지면서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는 미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다급한 과제 역시 일자리다. 지난해 8,00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집행하면서는 실업률을 올해까지 8%대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공약(空約)이 돼버린 상황이다. 오바마 최근 시카고 자동차공장 방문 등에서 제조업의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까지 추락한 제조업이 미국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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