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2월 1일] '기후변화 개도국' 전략 바꾸자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공화당에 패배함에 따라 미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기후변화협약'의 앞날이 한층 험난해졌다. 또 한국의 탄소배출량 감축정책과 협상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선 패배로 버락 오바마 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미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료보험 개혁법안, 기후변화협약 등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의석 수인 60석(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 포함)이 깨졌기 때문이다. 美 '포스트 교토체제' 새판짜기 예상 양당의 시각차는 지난 2001년 공화당 부시 정부가 민주당 클린턴 정부에서 추진한 교토의정서 가입을 무산시켰을 정도로 크다. 당시 공화당은 교토의정서가 탄소배출량 감축 기준연도를 1990년으로 정해 미국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데다 선진국(부속서1 국가)에만 탄소감축 의무를 지워 세계최대 탄소배출국이자 경쟁국인 중국에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했다. 최근에는 핵발전ㆍ기업에 대한 무료배출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수퍼 60석' 붕괴에도 불구하고 새 기후변화협약 협상에서 이탈하기보다는 탄소감축 강도가 센 유럽체제(1990년 기준으로 20% 또는 30% 감축) 대신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포스트(Post) 교토체제'의 새 판을 짜는 방안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말 코펜하겐에서 유럽 국가들이"10~15유로 선에서 배출권이 거래되는 유럽 탄소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극구 반대한 벌목방지탄소배출권(REDD+) 통과를 밀어붙였다. 산림을 베지 않고 관리ㆍ보존한 개도국에 REDD+를 인정해주면 톤당 2~3유로(원가 기준)에 배출권을 확보하고 미 금융권이 눈독을 들이는 파생상품인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선진국에는 국가단위 탄소감축 의무를 부여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산업별 감축제도만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개도국은 기준치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지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개도국을 새 기후변화협약에 끌어들이고 탄소배출량 보고 및 국제적 검증을 받게 해 중국 등 경쟁국의 산업계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유럽과 개도국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유럽체제보다 의무감축 강도가 약한 '탄소 북미자유무역협정(Carbon NAFTA)'이라는 딴 살림을 차리겠다고 압박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기후변화협약이 불발될 경우 유럽 또는 미국이 주도하는 두 가지 포스트 교토체제 중 하나에 참여해야 한다. 거부하면 탄소관세라는 '핵 폭격'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유럽체제보다 2000년 이후를 기준연도로 하는 미국체제가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 의무감축국 편입 특례 요구를 최근 국격(國格)을 강조하는 한국은 기후변화협상 때마다"우리는 개도국"임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협상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에만 탄소감축 의무를 지우는 교토체제는 오는 2012년이면 생명이 끝난다. 유럽ㆍ미국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이 탄소 의무감축국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사라질 교토체제에 기대 '개도국 탈'을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국은 OECD 및 탄소 의무감축국에 편입되면서 '선진국'이지만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는 특례를 적용받은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 탄소감축 기준연도를 2000년으로 바꾸지 않으면 탄소 NAFTA에 참여하겠다며 유럽을 압박하고 있는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도 탄소감축비용 부담을 덜려면 열대우림 개도국 등에서 REDD+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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