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금값 폭락세 원인과 전망/“EU 불보유” 각국중앙은 투매

◎유동성강한 달러 선호로 아시아 수요급감도 원인/전문가들 “급락세 지속”/“온스당 250불까지” 점쳐국제 금값 폭락세가 그칠줄 모르고 있다. 런던시장의 금값은 26일 지난 85년 초 이래 처음으로 온스당 3백달러 밑으로 곤두박칠쳤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12월 선물도 이틀째 급락세를 지속, 3.80달러 떨어진 온스당 2백96.25달러에 마감했다. 올들어서만 금값은 19% 이상 하락했다. 특히 이날은 금생산업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서고 투기꾼까지 가세해 금값은 가파른 폭락세를 보였다. 최근의 금값 급락은 내년에 창설될 유럽연합(EU) 중앙은행(현재 1만톤 금보유)이 대규모 금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에디 조지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회원국 중앙은행이 금괴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대시장인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로 금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위기시 자국통화의 방어를 위해 금보다는 유동성이 강한 달러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금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금값하락은 예견된 것이었으며 단지 하락속도가 의외로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거 인플레에 대비한 대체 투자물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몇년사이 세계 주요국들의 물가가 안정되면서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수익성만 떨어지고 있어 그 광택의 빛이 바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들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투어 외환보유고로 가지고 있던 금을 매각하고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7월 보유 금 2백47t 중 3분의 2를 매각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달에 금 보유량의 절반 이상인 1천4백t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주었다. 과거 금을 확실한 재정관리수단으로 여겼던 보수적인 구세대들이 물러가고 새로운 사고를 가진 세대가 정책결정자로 자리잡으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괴를 매각하는 대신 미달러화와 국채 등의 고수익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추세다. 런던의 한 전문가는 『금값 추세가 가치조정을 거치는 화폐같다』면서 앞으로도 금값 급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딜러는 금값이 올라갈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 현재 추세라면 금값이 온스당 2백5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무도 더이상 금을 원치 않는다』는 뉴욕 귀금속업자의 말이 금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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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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